A형간염 예방백신 수급 차질로 병의원들의 재고마저 바닥을 드러냈다.
A형간염이 크게 유행하면서 예방접종 수요가 급증한데 따라 백신 공급회사는 물론 일선 병의원의 예방 백신 재고마저 동이 났다.
의사협회에 따르면 A형간염 환자는 2002년 200여명에 불과했지만 2008년에는 8000명으로 26배나 증가했고 올해 6월 현재 8014명이 발생, 간이식 11례, 사망 5례가 보고됐다.
협회는 이에 따라 최근 A형간염 지침을 내어 과거에 예방접종력이 없고 항체가 형성되지 않은 성인은 예방접종을 실시할 것을 당부하고 있지만 백신이 없어 무용지물이다.
환자들이 많은 대형병원은 물론 동네의원도 재고가 없어 예방백신을 접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세브란스, 삼성서울, 서울성모 등 대형병원들은 성인용 백신은 이달 초 모두 소진됐고 소아 백신 약간분만 남은 상태다.
건국대병원 관계자는 "소아용은 25인분이 남아있지만 성인 분은 이달 초 소진된 상태"라며 "백신 공급사 쪽에 확인해 본 결과 11월 이후에나 정상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성인용이 모두 소진되어 소아용을 2앰플씩 놔줬지만 이제는 소아용마저 바닥난 상태"라며 "예방백신을 접종받기 위해 내원한 환자는 모두 전원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개원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 내과 개원의는 "백신부족 문제가 발생하면서 재고가 모두 소진되어 환자들을 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문제는 백신 부족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당국은 백신 국가검정 기간을 단축하는 등 자체적인 개선 노력과 함께 백신공급 회사 쪽과 협의를 벌여 이달 중 백신 공급이 재개될 것이라고 하지만 수요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GSK에서 백신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녹십자 관계자는 "검정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인 백신은 수요에 비하면 극히 일부라면서 적어도 올 하반기는 되어야 수요를 맞출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백신을 생산하는 한 다국적 기업 관계자는 "백신은 생물학적 제제라 유효기간이 매우 짧다. 그래서 미리 만들어놓고 판매하기가 어렵다"면서 " 좀 더 솔직히 말한다면 백신 재고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