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과 노보노디스크사의 혈우병치료제 노보세븐의 약가협상이 결렬되면서, 50일 넘는 기간 하루하루 마음을 조려야 했던 것은 혈우병 환자들이었다.
협상이 계속되더라도 치료제 공급중단만은 막아달라는 그들의 목소리는 외면당했다.
혈우병환자단체인 코헴회 김영로 사무국장은 15일 <메디칼타임즈>와의 만나 노보세븐 공급 중단 이후의 일들을 털어놓았다.
지난 2달간 노보세븐이 필요한 혈우병 환자들은 비상용으로 가지고 있던 약을 필요한 사람에게 서로 돌려가면서 간신히 간신히 버텼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마저도 소진된 상황이다.
그는 "환자 2명이 응급상황으로 아주대병원에 갔는데, 다행히도 의약품을 공급받을 수 었었다"면서 "응급실에 갈 수 없는 사람은 진통제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제약사가 약가협상을 하더라도 환자들의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의약품 공급은 중단되지 않도록 했어야 했는데, 이 기본이 지켜지지 않은 탓이다.
그는 이 때문에 이날 열린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서도 "약가가 결정이 안되더라도 복지부나 건보공단이 노보세븐을 병행수입하는 등 어떤 방식으로라도 치료제는 공급해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약품 없이 약가협상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김 국장은 많은 아쉬움을 느꼈다. 특히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 정작 당사자인 환자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사람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단체 위원들은 건강보험 가입자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며, 의견을 달리했다"면서 "우리가 최종 소비자고 가입자인데도 우리를 대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도입하려는 리펀드제도에 대해 반대한 시민단체들에 대해서도 환자의 입장에서 신중히 살펴본 것인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날 약제급여조정위원회는 결국 결렬됐다. 노보세븐의 약가는 내달 10일까지 결정되어야 하는데 현재로는 오는 20일 열리는 회의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김 국장은 "대한민국에서 혈우질환을 가지고 살아온 날들이 녹록치 않았다"면서 '그 간의 고통으로 얼룩진 우리의 삶이 치료제 공급중단으로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다시금 정부와 제약사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