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을 방문한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한국의료보험제도를 자랑(?)하고 미국이 한국의 의료보험제도를 부러워했다는 발언을 보았다.
정말 부러워했을까? 오바마 정부는 임기 내에 무보험자들에게 보험혜택을 주기위한 보건의료개혁프로그램에 들어갔다. 미국서는 이 문제로 연일 이슈이다. 지금까지는 수천억 달러를 투입하여 무보험자들에게 보험혜택을 주겠다는 대의만 성립된 상태로 그 이상의 논의는 아직 진행되고 있지 않다.
전 세계에는 수많은 나라와 수많은 보험제도가 존재한다. 사실 OECD 국가 중에서도 미국은 상당히 예외적인 보험 제도를 가진 국가이다. 선진국 중 보편적 의료보험이 제공되지 않는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의료보험제도라는 것은 한나라의 정치제도, 경제 상황, 국민의식이 반영된 상당히 정치적인 제도이다. 그 의료보험의 역사는 전 세계적으로 이제 약 100년이 약간 넘었다. 그러나 그 중흥기는 1950년대 이후인데 여기에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상황이 나라마다 다르게 적용된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에서 본토 공격을 받지 않은 유일한 나라였다. 전후의 급격한 경제성장은 실업률이 0% 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달성하는데 노동자가 없어 회사들마다 임금을 올려주고 인력을 스카우트해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결국 연방정부는 임금인상을 전제로 스카우트를 하지 못하게 했고, 회사들은 보험료 부담이라는 편법으로 인력을 스카우트 해갔다. 이것이 미국이 회사에서 보험료를 부담해주는 시초가 되었다. 그리고 1965년 존슨대통령은 의사협회와 정치적 협상을 통해 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가 도입되게 되었다.
유럽은 일찍이 20세기 초에 초기형태의 의료보험제도가 널리 퍼지게 되었다. 2차 세계대전 후에 영국은 전후에 황폐화된 의료시설들로 국가가 나서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하여 영국의사협회와 협상으로 NHS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보험제도는 경제성장과 맞물려 20년간의 황금기를 맞게 되는데 1980년대 들어서 영국은 영국대로, 미국은 미국대로 제도의 비효율에 메스를 가하게 된다. 영국은 미국식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하고 미국은 관리의료로 대표되는 영국식 제도를 도입하게 된다.
장황한 의료제도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우리는 2가지 교훈을 배우게 된다. 하나는 지구가 세계화되면서 여러 제도가 비슷하게 닳아가고 의료제도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은 유럽을, 유럽은 미국을, 대만은 독일을 닳아가면서 의료제도가 성장해 가는 것이다.
둘째는 국가가 의료제도를 도입하고 유지하는데 는 의사협회와 합의를 거친다는 점이다. 미국, 영국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가 제도 변화에는 공급자 단체와 협상을 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한국은 대단히 예외적이다. 첫째로 강제지정제 도입부터 의사협회와는 상의 없이 국가가 강제로 시행했다는 것이고 의약분업 역시 의사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단행했다. 둘째는 이제는 우리도 변해야 하는 시기라는 점이다. 마치 한국의 의료제도가 신토불이정신으로 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 고집한다면 곧 뒤처지게 됨은 당연하다.
언제까지 이 제도가 지속가능 할까? 공급자를 쥐어짜는 방식은 이제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미국의 관리들이 한국의 의료제도를 부러워했다면 싼 가격이 부러웠을 것이고 그들도 알고 있다. 한국은 공급자의 희생으로 이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과연 속으로도 부러워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