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존엄사(연명치료 중단) 대상이 됐던 김모(77) 할머니가 인공호흡기를 뗀지 한달째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인간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 느껴진다. 김 할머니는 지난 23일 산소호흡기를 뗸 후 현재 수차례 산소포화도가 70~80%선까지 떨어지는 등 위험한 고비를 맞기도 했지만 지금은 호흡, 맥박, 혈압, 체온, 산소포화도 등 신체활력 수치가 모두 정상범위에 있고 욕창도 없어 장기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존엄사 인정 판결을 내린 법원도 호흡기를 제거한 병원도 환자가조고 모두 당혹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김 할머니의 존엄사 시행을 계기로 의료계 안팎에서는 통일된 기준과 관련 법안을 마련하는 작업이 분주하다. 국회에서는 의사 출신인 신상진 의원 등이 상해나 질병으로 의학적 판단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고 치료가 불가능해 연명치료가 없는 경우 등에 한해 연명 치료를 보류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존엄사범안을 대표발의했다. 의료계에서는 연명치료 중단이 고려되는 환자에 대한 통일된 기준안을 마련 작업에 나섰다. 서울대와 세브란스병원은 자체적이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가족들에게 사전의료지시서를 받고 있는 것다. 그러나 이런 중구난방식 논의는 존엄사에 대한 혼란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존엄사와 연명치료 중단이 혼재되어 있는 용어를 정리하고 통일된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대한의사협회를 주축으로 병원협회, 대한의학회 등 의료계는 김 할머니의 사건을 계기로 '연명치료 중지 관련지침 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켜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다. 특위는 고등법원과 대법원의 판결, 의사윤리지침, 서울대·연세대의 존엄사 기준, 신상진·김세연 의원의 존엄사법 발의안 등을 비교 검토한 뒤 초안작성에 나섰다. 그런데 식물인간 상태에 있는 환자의 치료중단 범위를 두고 논란이 있다고 한다. 김 할머니와 같은 경우 어떻게 하느냐가 논란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존엄사 가이드라인에 대한 합의가 쉽게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