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 본부에 집중된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향후 공론화 절차를 밟을지 주목된다.
한달선 한림의대 명예교수는 23일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펴낸 '건강보장정책'에 기고한 글을 통해 건강보험공단을 분리하거나 권한을 분권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책임과 권한 및 정보가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에 집중된 현재의 제도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혁신이나 내부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결국 공단의 보험재정관리 역량을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역별로 의료기관의 수나 질의 문제로 인해 보험료를 차등하는 방안도 검토가 가능하지만, 중앙집권적 조직에서는 이뤄지기 어려운 과제라는 것이다.
한 교수는 이제는 경쟁적 복수보험자체제나 분권적 단일보험자 체제를 고민할 시점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건강보험공단 통합 이전의 분권적 조합체제와 중앙집권적 단일조직 체제의 두 가지만 대안으로 생각하는 이분법적 단순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체계가 사회보험제도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효과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건강보험공단의 정책자문위원으로, 최근 개최된 자문단회의에서 이같은 의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주장이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 정부까지는 이 주장은 의료계 등 건보공단과 대척점에 서 있는 외곽에서 제기된 지적이었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인수위원회에서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점차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최근 열린 '전국민 건강보험 2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도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인제대 보건대학원 문옥륜 교수는 "공단 지사를 분할해 보험료와 보장성을 경쟁시키는 방식으로 의료 공급자의 숨통을 터주면서 피보험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 역시 건강보험공단 정책자문위원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김진현 서울대 교수는 "피보험자에게 지사 선택권을 주는 방식은 과거 이미 실패한 경험이 있는데다, 오랜 논쟁 끝에 단일 보험제도로 발전해 온 배경이 있다”며 “4대 보험이 공단으로 통합되고 있는 시점에서 효과도 불분명한 지사 선택권을 주장하는 것은 막연한 제안”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현재 복지부 등 정부차원에서 건보공단의 분리 등 역할 재검토 논의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건보공단의 정책자문위원 등을 포함해 현 정부의 정책에 관여하는 학자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공론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