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법제화 작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가 '대법원 판결에 따른' 입법추진을 제안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3일 발간한 '존엄사 입법화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서 "존엄사의 인정을 위한 법절차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법원이 인정한 '말기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고, 존엄성 보장을 위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범위로 논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존엄사법 제정을 둘러싼 무의미한 논쟁들을 정리, 법제화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현재 의료계와 학계 등에서는 존엄사라는 개념 자체를 두고도 열띤 찬반논쟁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사 개념인 치료중단과 의사조력자살 등과 용어가 혼재되고 있는데다 종래의 개념인 안락사의 일반적 분류유형과고 정확하게 합치되지 않고 있어 이를 유형화하는데만도 치열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
그렇다보니 대법원 판결이후 국회에 존엄사 관련 법안들(신상진 의원, 김세연 의원 등)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음에도 논의의 진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입법조사처는 향후 입법방향과 관련해, 말기환자의 정의과 판단기준을 먼저 명확히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입법조사처는 "법상 회복불능상태의 환자 또는 말기상태의 환자의 판정근거가 될 수 있는 의학적 판단의 시준을 명확한 절차와 함께 규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참여의사 수는 물론 추상성을 해소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논의를 통해 어느정도의 기간이 필요한지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입법조사처는 치료중단의 허용여부를 둘러싼 논의와 함께, 존엄사를 허용한다면 어떠한 기준과 요건 및 절차하에 치료중단을 인정할 것인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심의기구의 설치 및 그 기구의 책무 등도 명시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세부적으로 의식불능의 환자의 의사를 대행하기 위한 대리인의 동의권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며, 말기환자가 아니더라도 의식불능이 될 경우 등에 대베해 의사표시의 기회를 부여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입법조사처는 존엄사 허용 이전에 치료중단의 관행을 제도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치료목적보다 삶을 마감하는 과정을 도와주는 호스피스 제도의 활성화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존엄사 법제화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여건이 실질적으로 갖추어져야 한다"면서 "때문에 호스피스제도의 활성화를 꾀해 동 제도가 안락사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방안도 향후 존엄사 입법과 더불어 검토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