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리병원의 경쟁력은 가급적 수술을 하지 않고, 수술을 하더라도 검증된 것을 한다는 겁니다”
척추관절 전문병원인 나누리병원(병원장 장일태)의 성장세가 무섭다.
지난 2003년 강남에 본원을 개원하더니 2008년 9월 인천병원을 열었고, 오는 10월에는 강서병원이 진료를 시작한다.
80병상에서 시작해 강서병원이 개원하면 총 400병상 규모로 거듭나게 된다.
주목할 점은 수익성에 집착하지 않고 정도를 걷더라도 전문병원으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나누리병원이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임재현 의무원장은 13일 “나누리병원의 특징은 수술보다 비수술적 치료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라면서 “수술을 하더라도 효과가 검증된 것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험이 되지 않는 비급여수술 역시 반드시 필요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는 게 병원의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척추전문병원들이 최신 수술기법, 첨단 의료기기 등을 앞세워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수익성을 추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임 의무원장은 “최신 수술법이라고 해도 최소 1년 이상 치료성적을 지켜본 뒤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면 도입한다”면서 “어떻게 보면 보수적 치료를 지향하지만 의료가 상업화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다보니 과연 이런 식으로 병원을 운영해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았고, 실제 위기설까지 돌았다고 한다.
그는 “서울병원을 개원할 때만 해도 척추전문병원은 진료비가 비싸고, 비급여수술을 많이 한다는 이미지가 강해 수익성을 추구하지 않고 생존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좋은 병원이라는 입소문이 돌면서 환자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고, 탄력을 받자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임 의무원장은 “솔직히 비급여수술을 많이 하지 않으면 수익모델이 되지 않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라면서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하더라도 수술을 남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 대신에 나누리병원은 척추운동센터를 설치해 일반인들의 디스크나 퇴행성 척추증 같은 비수술적 재활운동요법과 수술 후 초기재활운동을 힘을 쏟고 있다.
임재현 의무원장 자신도 신경외과 전문의임에도 불구하고 운동치료를 배우기 위해 미국에서 연수를 하고,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운동치료사 자격증을 따러 미국에 간다고 하니까 동료 의사들이 의아해했지만 지금은 대체로 필요성을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병원내 공간을 배치할 때 가장 신경을 쓰는 게 수술실과 MRI실”이라면서 “그 다음이 척추운동센터일 만큼 운동치료를 중요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의 질 관리 역시 철저하다. 나누리병원은 매일 전체 의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컨퍼런스를 열어 환자별 치료방법을 검증한다.
서울병원과 인천병원 전체 의료진들은 매월 한차례 모여 그간의 치료 케이스를 공유하고, 문제점을 토론하는 것을 정례화하고 있다.
펠로우 채용 조건도 까다롭다. 대학병원에서 2년간 수련을 받은 후에야 2년 과정의 펠로우를 할 수 있다.
제대로 수술을 할 수 있는 척추의사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강서병원을 보면 나누리병원의 인력 관리의 단면을 알 수 있다.
현재 강서병원은 개원은 앞두고 직원을 모집중인데 원장을 포함한 전원을 공개 채용한다.
임재현 의무원장은 “인맥과 학연을 배제하고 능력 있는 직원, 검증된 의사를 뽑기 위해서는 투명한 경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흉부외과나 외과는 선진국 수준에 와 있고, 척추 역시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면서도 “이를 때일수록 정도를 걷고, 좋은 치료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의료계 내부정화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환기시켰다.
특히 그는 “환자 한명 한명이 중요하고, 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게 성장의 밑거름”이라며 “10년 후 진정한 평가를 받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