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대형병원들이 제약사 등으로부터 대가성이 의심되는 기부금 600여억원을 수령한 혐의가 있다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가톨릭학원이 서울성모병원 신축 등을 위해 229억원, 연세대가 신촌세브란스 병원연수원 부지매입 등의 명목으로 163억원, 서울대병원이 연수원 부지매입 등을 위해 32억원을 제약사 등으로부터 수령했으며, 이는 간접적 대가성이 있다는 게 공정거래위의 판단이다.
아주대병원, 삼성서울병원, 고대의료원, 길병원 등도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기부금을 받은 것으로 공정거래위는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공정거래위의 발표는 여러 측면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가장 먼저 공정거래위는 대가성을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공정위는 “의료기관들이 제약사의 팔을 비틀어 돈을 받은 것”이라면서도 “협의를 입증할 자료를 일부 찾긴 했지만 다소 부족해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혐의는 있지만 확실한 물증을 찾아내지는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해 해당 의료기관들은 도덕성 실추가 불가피하다.
이와 함께 공정거래위는 대가성이 의심되는 기부금 잣대를 설정하지 않은 채 전부를 싸잡아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함에 따라 앞으로 대학병원들은 순수한 학술진흥을 위한 기부금조차 받지 못할 공산이 적지 않다.
공정위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것은 기부금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절차 등을 공론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지만 공정거래와 불공정거래의 기준과 유형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아 혼란만 가중시켰다.
의료기관과 의사들이 처방권을 무기삼아 제약사나 의료기기업체로부터 반강제적인 기부금을 강요한다면 분명 엄단해야 한다.
하지만 순수한 학술, 연구를 위한 기부금이나 후원금까지 간접적 대가성으로 간주할 경우 음성적 리베이트를 더욱 조장할 우려도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