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2010년 병-의원 수가를 각각 1.4%, 3.0% 올려주고 전제조건으로 약제비를 4000억 원 절감을 달성하도록 한 것을 두고 의료계 내부에서 논란이 뜨겁다. 그만하면 잘했다는 평가도 많지만, 약제비 절감 약속이 2011년 수가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처방권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비판도 있다. 병원협회도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의사협회가 일방적으로 4000억 원 카드를 밀어붙였다는 게 이유다. 수가협상 결렬 직후 수가계약 구조 개선을 위한 공동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도 해체 위기에 놓였다.
의사협회 집행부는 약제비 절감 약속을 이루는데 핵심인 회원들을 설득하고 동의를 얻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우선 0.3%의 추가 인상을 이끌어내기 위해 처방권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비판을 앞장서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종합적이고 설득력 있는 약제비 4000억 원 절감 방안을 제시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 회원들은 약제비 4000억 원을 절감하는 일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한다. 현재 정부는 기등재약 재평가 등 촘촘한 그물망식 약제비 절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다 내년에는 저가구매인센티브제가 보태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약제비 절감 대책의 효과가 아닌 의료계 자체적인 노력만으로 4000억 원을 절감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처방 품목수 제한, 고가약 사용 억제 등은 너무 뻔한 카드다. 약제비 절감을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이룰 것인지 면밀히 검토하고, 회원들에게 구체적인 설명을 해야 한다. 병원계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일도 과제다. 병원계의 협조 없이 4000억 원을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약제비 절감 카드를 내세워 피해를 보게 됐다는 병원계의 불만을 해소시켜야 한다. 그러나 집행부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도 0.3%는 너무 가볍고 4000억 원은 너무 무거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