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법 제23조에서는 원칙적으로 약사 및 한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도, 정신질환자, 입원환자 등에 대하여는 의사 자신이 직접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는 예외를 두고 있다.
그에 따라 입원환자를 둔 의료기관내에서는 원내에서 직접 약을 조제하여 환자들에게 투여하고 있다.
이때 의료기관 내에서 의사가 약을 직접 조제하는 경우는 별로 없고, 대부분은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용기에서 꺼내어, 배합하고 봉합하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의 행위는 ‘조제’에 해당되어, 약사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약사법에 따르면, 의약품의 ‘조제’란 일정한 처방에 따라서 두 가지 이상의 의약품을 배합하거나 한 가지의 의약품을 그대로 일정한 분량으로 나눔으로써 특정한 용법에 따라 특정인의 특정된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도록 약제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고 하여, 모든 조제행위를 의사가 직접 해야 할 필요는 없다.
비록 의사가 자신의 손으로 의약품을 조제하지 아니하고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로 하여금 의약품을 배합하여 약제를 만들도록 하였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간호사 등을 기계적으로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면 의사 자신이 직접 조제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 의사가 직접 조제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기준이 필요하다.
이에 관해서, 대법원 판결은 “의사의 지시에 따른 간호사 등의 조제행위를 ‘의사 자신의 직접 조제행위’로 법률상 평가할 수 있으려면 의사가 실제로 간호사 등의 조제행위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지휘·감독을 하였거나 적어도 당해 의료기관의 규모와 입원환자의 수, 조제실의 위치, 사용되는 의약품의 종류와 효능 등에 비추어 그러한 지휘·감독이 실질적으로 가능하였던 것으로 인정되고, 또 의사의 환자에 대한 복약지도도 제대로 이루어진 경우라야만 할 것이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면서, 의사가 입원환자를 진료한 후 당해 환자의 진료기록지에 의약품의 종류와 용량을 결정하여 처방을 하면, 간호조무사들이 의사의 특별한 지시나 감독 없이 약품진열장에서 진료기록지의 내용에 따라 약품 용기에 들어 있는 약을 꺼내어 배합하고 이를 밀봉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경우, 이는 약사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였다.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시 내용은 현실과 다소 괴리되는 점이 있기는 하지만,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반드시 숙지해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