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진료비를 부당 청구한 의료기관에 대해 부당 금액의 5배에 해당하는 과징금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부당청구에 대해 너무 과한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우리는 이런 판결이 정부의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 의료기관이 과다한 행정처분 부담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서울행정법원 형사 13부는 14일 지방의 S요양병원이 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 병원은 약사를 고용하지 않고 간호조무사에게 입원환자의 약을 조제하도록 지시했다가 복지부 실사에서 적발돼 3억여원 환수 처분을 받았다. 복지부는 이와 별도로 부당청구금액의 5배인 17억여원 과징금 처분를 내렸다. 법원은 이에 대해 무자격자인 간호조무사가 약을 조제하고 해당 약제비를 공단 등에 청구한 것은 위법이기 때문에 복지부가 해당 진료비를 환수한 것은 정당하지만 병원 쪽이 환자에게 실제 약을 제공했고, 병원이 약제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실거래가제도 아래에서 실질적인 이득을 취한 게 없는데 부당청구금액의 5배에 상당하는 과징금 처분을 내린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며 복지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은 성모병원 임의비급여사건 판결에서 이와 유사한 취지로 복지부의 과징금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했다며 96억여원의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현행 건강보험법 85조2 제1항, 의료급여법 29조에 따르면 요양기관이 속임수 등으로 부당청구를 했다면 업무정지처분에 갈음해 부당청구금액의 5배 이하의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 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또 건강보험법 시행령과 의료급여법 시행령은 월평균 부당비율과 부당금액에 따라 업무정지처분 기준을 정하고, 업무정지기간에 따라 총부당금액의 2~5배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부당청구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이 너무 지나치다는 지적했다. 이에 보건복지위원회 전현희(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건강보험법 82조2 제1항을 개정, 속임수의 방법(허위청구)이 아닌 경우에는 과징금의 부과한도를 2배 이하로 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복지부도 과징금 부과 기준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과다청구나 착오청구 등 요양급여기준을 잘못 적용한 것까지 부당청구금액의 5배 과징금을 부과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개선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에 잘못된 행정처분 기준이 합리적으로 조정되기를 바란다. 허위청구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본의아니게 사실과 다르게 청구한 비고의적 행위에 대해서는 처분 규정을 감경해야 마땅한 것이다. 처벌보다는 재발방지를 위한 교육과 계도가 우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