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존엄사 논의를 확산시킨 김 할머니가 10일 결국 운명했다. 대법원의 존엄사 인정 판결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뗀지 201일만이다. 김 할머니의 사인은 신부전과 폐부종 등 다발성 장기부전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21일 판결에서 회복가능성이 없고, 짧은 기간 안에 사망할 것이 명백한데도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계속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치는 것이라며 김 할머니의 존엄사를 인정했다. 하지만 김 할머니는 인공호흡기를 떼면 곧 사망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7개월 이상 장기 생존하며 생명의 존엄을 일깨웠다.
김 할머니의 존엄사 인정 판결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김 할머니가 스스로 호흡하며 장기생존하자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이에 따라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지난해 10월 자체적으로 연명치료 중단 지침을 마련해 발표했다. 말기 암 환자, 후천성 면역결핍증 환자, 만성질환이 말기 상태인 환자 등에 대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의 지침은 법적인 효력이 없는 자체규범에 불과하다. 따라서 존엄사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존엄사법 제정을 서둘러 현장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
존엄사를 인정하거나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위스 등이다. 우리나라도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존엄사를 인정하는 나라 중 하나가 됐다. 김 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존엄사의 법제화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이다.하지만 죽음의 권리와 살아갈 권리를 법적인 잣대로 규정하기는 힘들다. 연세의료원이 불리한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대법원까지 소송을 이어간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