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환자와 일행 3명이 빨리 치료를 해달라며 의사와 간호사들을 폭행하고 난동을 부린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응급실에는 의사와 간호사, 보안요원이 있었지만 손도 못써보고 일방적으로 폭언과 함께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40여명의 환자가 불안에 떨고 있는데 출동한 경찰은 뒷짐을 지고 있더라고 한다. 불과 3명의 난동자들이 응급실을 무력으로 접수한 셈이 된다.
진료현장에서의 폭력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폭력과 폭언에서 출발해 의료진의 목숨을 빼앗는 등 갈수록 흉폭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월 원주의 한 비뇨기과에서는 전립선 치료를 받던 환자가 주사를 놓으려던 간호사를 찔러 숨지게 하고 또 다른 간호사에게 상해를 입히고 달아난 사건이 있었다. 범인은 '의사와 간호사가 엉뚱한 주사를 놓으며 나를 비웃는 것 같다' 메모를 남겼다고 한다. 이보다 앞서 부천 비뇨기과에서는 의사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폭력과 폭언에서 출발해 의료진의 목숨을 빼앗는 강력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회장도 기자회견장에서 자실들도 폭행과 폭언을 경험했다고 할 정도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응급실 등 진료현장의 안전 조치가 시급함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높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의료계는 의료기관내 폭력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되지 않는다면 국민건강은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결국 폭력을 방치하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의료인들은 진료실 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충격과 함께 깊은 상실감을 느끼고 있으며, 의사직을 그만두어야 할지를 고민할 지경이라고 한다.
병원 응급실과 진료실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고귀한 공간이다. 이런 공간에서 살인과 폭력이 난무한다면 어떻게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겠는가.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진료실 폭력에 대한 처벌기준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출동한 경찰이 뒷짐만 진 채 알아서 하라는 식은 곤란하다. 다른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서둘러 제압하고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특단의 대책이 시행되지 않으면 국민들은 불안감을 느끼게 될 것이고, 그 부담은 결국 정부와 경찰이 안아야 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