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CI인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삼성서울병원이 최근 JCI에 대한 노하우와 자료들을 은밀히 모으고 있어 다른 대형병원들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검토작업을 진행한 것도 벌써 수어번. 결국에는 모두 무산되기는 했지만 최근에 적극적으로 JCI에 대해 재검토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다시 저울질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삼성서울병원은 JCI인증을 추진하는 것에 함구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상황은 여러 방면에서 목격되고 있다.
우선 세브란스병원에 은밀히 JCI와 관련된 자료들을 요청했다는 후문은 이미 병원계에 공공연한 비밀이다.
병원계 한 인사는 5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세브란스병원에 JCI와 관련한 자료를 요청했다가 결국 거절당한 것으로 안다"며 "세브란스병원은 노하우를 공개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근 인맥 등을 통해 고대의료원의 JCI 전문가들을 병원으로 초빙한 것도 널리 퍼져나간 사실이다.
고려대 안암병원이 JCI인증에 성공한 뒤 병원들을 대상으로 노하우를 공개하겠다고 선언하자 은밀히 관계자들을 불러 자료를 공유하고 있는 것.
실제로 JCI 인증에 깊숙히 관여했던 일부 교수들과 직원들이 삼성서울병원에 초빙돼 추진과정에 대해 세세하게 브리핑을 해줬던 것이 확인됐다.
고대의료원 고위 관계자는 "삼성서울병원이 JCI인증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삼성서울병원 보직자들이 초대형식으로 불렀던 교수들과 직원들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지 공식적으로 협조요청을 하고 있지는 않다"며 "어쨌든 고대의료원은 노하우 전면 공개를 공포한 만큼 모든 자료를 아끼지 않고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삼성서울병원이 JCI인증을 검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세브란스병원이 인증을 준비했을때부터 삼성도 준비에 들어갔었다.
하지만 굳이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과 필요하다는 의견이 갈리면서 인증 추진은 무산됐고 세브란스병원이 인증을 받은 뒤에도 몇번 더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지만 더 진행되지는 못했었다.
지금도 병원 내부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외부로는 단호하게 추진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의료원 고위 보직자는 "사실 삼성이라는 브랜드 네임보다 JCI가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굳이 받아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못박았다.
지금도 해외환자 유치실적 등에서 타 병원들을 압도하고 있는데 굳이 받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인 것.
그러나 일선 스텝들은 의료원이 JCI인증을 재검토하는 것을 알고 있는 분위기다.
삼성서울병원의 한 임상과장은 "사실 세브란스병원이 최초라는 프리미엄을 선점하면서 서울대병원과 아산병원, 삼성이 인증받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가톨릭도 인증을 추진하고 있지만 '서울대-아산-삼성은 안받는다'라는 균형이 깨지면 누가 먼저 받는가에 대한 싸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내에서 내놓으라 하는 병원들인 만큼 여차하면 속성으로 인증을 준비할 수 있는 기반은 닦아놓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최근의 움직임은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귀뜸했다.
한편, 현재 병원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JCI 인증을 추진하고 있는 기관은 대학병원 20곳, 중소병원 30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