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크기념병원(이사장 박선구)이 양한방 통합 재활전문병원의 새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수지, 강동, 분당에 분원을 둔 러스크기념병원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모든 병원마다 한방 전문의가 1~2명 상근한다는 점이다.
물론 재활병원 특성에 맞게 재활의학과, 신경과, 내과 전문의 12명이 포진해 있고,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도 200명이 넘는다.
의사와 한의사간 진료 방식에서도 일반적인 양한방 협진과 다르다.
양한방 협진을 표방하고 있는 상당수 병원들이 단순히 환자를 의뢰하는 수준에 그치는 게 현실이지만 러스크병원은 의사와 한의사들이 진료 과정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양방적 치료과정에 침이나 뜸을 결합하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예를 들어 중풍환자들이 죄의식을 갖는 단계에서는 식욕도 급속히 떨어져 이 단계를 지나 재활치료를 하려고 해도 체력 저하로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면서 “그러기 전에 한의학적으로 체력을 보강한다”고 강조했다.
의학적 치료로 한계가 있을 때 한의학적 원리를 적용, 침이나 뜸, 한약 등을 활용하면 상호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선구 이사장은 “의학과 한의학을 접목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분야가 분명히 있다”면서 “의사와 한의사가 상대방 학문을 인정하고 치료과정에서 결합하는 게 러스크병원의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양한방 협진을 통해 환자들의 가정복귀율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재활병원의 아급성기환자 치료성적을 평가하는 도구 중의 하나가 가정복귀율인데 강동병원의 경우 43%로 국내 최고 수준”이라면서 “이는 양방적, 한방적 치료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결과”라고 환기시켰다.
러스크병원은 의사와 한의사간 벽을 허물기 위해 정기적으로 공동 컨퍼런스를 열고, 회진도 같이 돈다.
그런 과정를 통해 의사와 한의사들은 상대방 진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의학용어를 쓸 때도 서로 배려하는 방법을 배워간다고 한다.
의사와 한의사는 일반적으로 물과 기름이다. 박선구 이사장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박 이사장은 “의사와 한의사는 학문의 출발부터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을 불신하고, 비방하는 게 어쩌면 당연하고 영원히 섞일 수 없을지도 모른다”면서 “하지만 오랜 시간 노력한 결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 스스로 의사와 한의사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 온 게 이런 진료 환경을 정착시키는데 한 몫했다.
박 이사장이 재활의학과 전문의이면서 한의사 면허를 동시에 갖고 있어 이런 중재자 역할이 가능했다.
특히 박 이사장은 의사, 한의사간 협진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익성을 어느 정도 희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의사들이 한의사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의학적인 근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한약을 처방하는 것”이라면서 “따라서 의사들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통합진료를 해야한다”고 못 박았다.
이어 그는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돈을 벌기 위해 협진을 하면 경영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 환자들의 진료비 부담이 높아지고, 진료 성적 역시 향상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러스크병원식 양한방 협진은 경영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싼 한약을 거의 처방하지 않고 침과 뜸을 주로 진료에 접목하고, 양한방 협진료가 고작 한달에 5천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러스크기념병원의 목표는 양한방 통합진료 재활전문병원의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러스크병원을 양한방 협진병원으로 보면 억울하다. 이보다 한차원 높은 통합진료를 통해 새로운 재활치료 표본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