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제도적 장치만 보완한다고 임신 중절이 예방될 수 있다는 생각은 단순한 논리일 뿐입니다. 오히려 의사의 노력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 겸 인구보건복지협회 상담위원인 이종건 교수는 16일 CMC 의사칼럼에서 임신 중절 예방을 위한 의사의 역할을 이같이 설명했다.
엄격한 법과 규제로 임신 중절을 막겠다는 생각은 다소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의견이다.
이종건 교수는 "우리나라 형법에는 인공 유산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인공 유산을 한 부녀자는 물론, 의사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동안 합법을 가장한 불법 인공유산이 자행된 것도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그렇다면 과연 이같은 법적 장치 하에서 실제로 임신 중절이 감소했는가에 대한 문제에 대해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을 많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산아제한이라는 국가적 과제하에서 묵시적으로 인공 유산이 시행되지 않았는가 라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인공 유산, 즉 낙태라는 것이 단순논리로는 풀어낼 수 없는 복잡한 실타래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법을 강화해서 풀리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혹자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고 엄격히 시행하면 임신중절이 예방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하지만 인공 유산이라는 문제는 사회, 정치, 경제, 윤리, 의학이 뒤엉킨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사후 피임제 같은 수정난의 착상을 방지하는 피임제 등을 인공 유산으로 포함시킬지 여부도 문제이며, 이를 임신 중절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두 경우의 차이는 무엇이냐는 문제에 부딪힌다는 것이다.
또한 생명의 시작을 수정으로 보느냐, 자궁내 착상으로 보느냐의 문제까지 대두될 것이 자명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 교수는 이러한 실타래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임신 중절에 대해 혼자서 괴로워하며 짐을 짊어지는 여성들에 대한 문제들을 해결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의사들이 이를 해결해 나가는데 상당한 몫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병에 따른 임신, 태아의 초음파 이상, 임신과 약물 등 인공 유산을 고려하는 수많은 문제들이 의사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이종건 교수는 "많은 여성들이 단편적 지식, 또는 인터넷 검색으로 얻은 검증되지 않은 지식으로 인공 유산을 결정하고 해결하려 하고 있다"며 "의사들이 성과 임신에 대한 간단한 지식들만 전달해도 인공유산에 대한 고민들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선진국에서는 낙태의 결정을 2인 이상의 산부인과 의사가 결정하거나 낙태 결정 의사와 시술의사를 다르게 하고 낙태 결정과 시술사이에 생각할 시간을 의무적으로 부여하는 등 신중한 안전장치를 만들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생명은 수정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생명윤리에 의거한 일관된 의식을 바탕으로 의사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역할을 찾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