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이 마침내 '총액계약제' 카드를 공식적으로 꺼내들었다. 지난해 수가협상에서부터 거론되던 총액계약제를 오는 2012년부터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출범시킨 건강보장선진화위원회의 진료비지불제도 개편 논의도 결국 '총액계약제'로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건보공단 정형근 이사장은 17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건강보험 지불제도를 '총액계약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의사협회 등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총액계약제 초안을 연말까지 마련한 뒤 심도깊은 논의를 거쳐 2012년 시행에 들어가면 바람직할 것"이라고 시행시기까지 공개했다.
그는 현재의 건강보험 시스템이 의사들의 과잉진료를 초래한다는 점을 총액계약제 전환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지금은 의료행위에 따라 무조건 건보료를 지급하다보니 사흘만 가도 되는 감기환자를 일주일 오라고 하고, 두 가지 약만 먹어도 되는데 5종류 약을 처방하기도 한다"면서 "총액계약제가 도입되면 의사들의 과잉 진료문제가 자연스럽게 자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총액계약제 도입으로 인한 의료서비스 질 저하 우려에 대해서도 "다양한 인센티브와 모니터링을 하면 우려할 필요가 없다"면서 "앞서 시행한 독일 등의 사례를 보면 의료 서비스 질이 저하됐다는 연구는 없다"고 정 이사장은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결과적으로 총액계약제 도입이 건강보험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임을 드러냈다.
그는 "수요 측면에서 고령화·만성질환 증가로 의료이용량이 증가해 건보재정이 감당하기 힘들고, 공급 측면에서는 의사가 3500여명 늘어나며 고가장비 숫자도 OECD 평균보다 많다"면서 "제도측면에서는 보장성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선진국 중 유일하게 행위별 수가제도만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이 문제다"고 강조했다.
총액계약제 도입 과정에서의 의약사 반발과 관련해서도 "건보재정 해결은 미래 세대를 위해 현재 세대가 대타협을 이뤄낼 수 있는지 시금석이 되는 문제"라면서 "총액계약제를 한다고 공급자인 의료인들이 반드시 손해보는 것이 아니다. 의료인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정 이사장이 총액계약제 전환을 공식적으로 거론함에 따라 보건의료계는 진료비지불제도와 관련해 격랑이 예고되고 있다.
의사협회, 병원협회 등 중심으로 공급자단체들은 진료비지불제도를 총액계약제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안이라고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