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 내원하는 중증 외상환자 중 30% 이상이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해 죽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 수준을 논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인가"
대한외상학회 임홍철 회장(고려의대)은 4일 추계학술대회장에서 이뤄진 <메디칼타임즈>와의 만남에서 외상 전문의의 필요성을 이같이 역설했다.
응급환자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로봇수술 등 화려한 술기에 집착하며 선진 의료를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임 회장은 "현재 국내 환자들의 사망원인 중 외상환자 비율이 18%에 육박한다"며 "이는 암, 심뇌혈관 다음을 차지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대다수 대형병원들은 이같은 외상환자들을 외면하고 있어 사망률을 높이고 있다"며 "진정한 의료발전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임홍철 회장은 올해 승인받은 세부전문의제도가 이러한 문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만큼 고민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임 회장은 "사실 현재 국내에 외상 전문의는 맥이 끊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지도전문의를 선정하는 것조차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상학회는 세부전문의에 대한 자격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남발되는 자격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임홍철 회장은 "세부전문의 제도 운영을 위해 조직했던 TF팀을 더욱 확대해 세부적인 운용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며 "정말로 전문성이 있는 칼잡이들에게만 세부전문의 자격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차라리 극소수로 운영되더라도 자격기준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 학회원 모두의 생각"이라며 "정 안되면 해외에서 의사에서 의사를 초빙하는 한이 있어도 수준이 미달되는 사람에게 자격을 주지않겠다"고 피력했다.
또한 임 회장은 하루빨리 외상센터가 설립돼 전문의들을 육성하는 발판이 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센터에서 수련이 이뤄져야 세부전문의가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
임 회장은 "각 권역에 외상센터만 설립되도 1년에 수천명의 중증 장애 환자들이 경증 장애로 경감이 가능하며 사망률도 10%이상 줄일 수 있다"며 "복지부에서 하드웨어를, 학회에서 소프트웨어를 적극적으로 조성해간다면 진정한 의료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