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자 간호조무사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추세지만 이들의 취업과 근무 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남자 간호조무사의 근무 여건 등 개선의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
16일 간호조무사협회 서울지부에 따르면 협회에 등록된 남자 간호조무사는 2008년 166명에서 2009년엔 230명으로 3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간호조무사 교육을 맡고있는 학원의 한 관계자는 "간호조무사가 여성의 직업이라는 사회적 편견도 많이 변했지만,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안정적인 취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남성들이 간호조무사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며 "게다가 깨끗하고 전문직종이라는 인식도 직업 선택에 많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런 인식과는 맞물려 남자 간호조무사는 1년새 배출 인원이 크게 증가는 했지만 한정된 구직 자리로 인해 취직난에 근무 환경도 열악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개원가에선 비뇨기과만 구직 자리가 나는데다 급여가 열악하고, 종합병원에서는 정형외과나 수술실·응급실 등 노동강도가 센 곳만 일자리가 난다는 것이 문제.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작년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한 A씨도 어려움을 겪었다.
40대 중반이라는 늦은 나이에 취직률이 높다는 말을 믿고 딴 자격증이라 곧 취직될 거라는 설레임에 들떴지만, 얼마 못 가 그 설레임은 깨졌다.
대다수의 의원들이 여성들을 선호하는 편이라,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 게다가 남자가 선호되는 비뇨기과 같은 한정된 구직자리에서조차 젊은 남자간호조무사가 선호되기 때문에 취직이 어려웠다.
보이는 곳마다 이력서를 낸 끝에 겨우 정신과에서 일자리를 얻은 A씨는 "정신병동에서 환자 이송, 관리 등의 업무를 맡고 있지만 이곳 특성상 돌발 변수가 많아 늘 긴장되는 삶의 연속이다"며 "'간호조무'라는 고유의 일은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급여 문제도 지적됐다.
대형병원의 경우 조무사의 급여가 120만원을 넘기도 하지만 이보다 형편이 어려운 개원가에선 급여가 100만원에 못미치는 경우도 많다는 것. 하지만 개원가가 대다수의 조무사 구직 인력을 흡수하고 있는 실정이다보니 개원가에서도 취직을 하지 못한 남자간호조무사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간호조무사 관련 구직 구인 사이트에서도 대부분 여성의 간호조무사를 구인하는 게시글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간호조무사 구인은 주로 비뇨기과나 응급실 등을 중심으로 구인 공고가 있긴 하지만, 전체의 1%도 못미칠 정도로 미약한 수준. 더욱이 특정 간호조무사 카페는 아예 남성의 가입도 못하게 막아 놓은 곳도 있다.
7년째 간호조무사 생활을 하고 있는 B씨는 남자 간호조무사를 모집하는 곳에선 주로 '간호조무'라는 본연의 업무를 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자격증 취득 후 "주로 수술실과 응급실과 같은 노동 강도가 센 곳에서만 일했다"며, "이외 비뇨기과, 정형외과를 제외하면 사실상 취직 자리가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법정 최저 임금에도 못미치는 열악한 환경에서 묵묵히 일했지만 개인병원에선 경력을 인정해 주지도 않아 급여가 늘 제자리였다"고 밝혔다.
현장에선 남자 간호조무사가 '노동의 사각지대'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야간 당직과 수당, 급여 문제에 대해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 제시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