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술 평가는 의사도, 정부도 아닌 환자가 중심이다.”
캐나다 토론토의대 교수이면서 캐나다 보건성 의료자문위원회 위원장인 레슬리 레빈 박사의 말이다.
그는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주최한 ‘임상연구를 통한 근거중심 보건의료 발전’ 국제심포지엄 연자로 초청받아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레빈 박사는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캐나다의 경우 의료기술 도입단계에서 불확실성을 줄이고 신속한 수용 결정을 위한 기전으로 조건부 급여제도의 하나인 Field Evaluation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불확실성이란 근거기반 분석에 따라 결론을 내리기 어려울 때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그 이유는 낮은 근거수준, 증가하는 순이익, 일반화 가능성, 안전성 이슈 등을 들 수 있는데 의료기술로 인정하기에 앞서 근거를 찾아내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확실성을 다루기 위한 시판후 평가는 미국의 Coverage with Evidence Development(CED), 영국의 Only-In-Research program, 캐나다 Field Evaluation 등이 있다.
한국의 경우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현재 11개 주요 질환별 공익 목적의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4월 이를 지원하기 위한 근거창출임상연구국가사업단(NSCR)를 가동중이다.
레빈 박사는 “Field study는 실제 임상상황에서 사용되는 의료기술의 효과와 경제성을 평가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고비용으로 장기간 사용하게 될 급여 의사결정을 더 낫게 하기 위한 취지”라고 환기시켰다.
레빈 박사에 따르면 Field study 재원은 캐나다 보건성에서 대고, 일부는 조건부 급여제도를 활용한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Field Evaluation은 2003년부터 총 38개 과제를 시행해 이 중 19개를 평가완료하고, 15개를 진행중이다.
이 중 18개 과제가 근거 생성을 조건으로 급여하는 이른바 조건부 급여제도 프로그램이다.
레빈 박사는 “19개의 완료된 과제의 88%가 의사 결정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고, 85%가 의료기술 확산 곡선을 변경하는 등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매년 2억 500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환기시켰다.
다만 그는 “이 프로그램이 의료기술 수용을 지연시키거나 비용 절감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온타리오주의 의료기술평가자문위원회(OHTAC)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평가해 권고를 내리게 되며, 이로 인해 의료행위 증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퇴행성 추간판질환에서 인공 추간판삽입술에 대한 OHTAC의 권고가 나온 후 요추부의 수술은 늘고 경추부는 줄었다”고 소개했다.
특히 레빈 박사는 “의사들은 Field Evaluation를 통해 신속하게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돼 저항이 거의 없고 협조적일 뿐 아니라 진료와 관련되기 때문에 주인의식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Field Evaluation은 환자가 중심이지 의사도, 정부도 아니다”면서 “의사들은 이런 평가 시스템이 시행되면서 환자 진료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