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관들이 말기 암환자에게 관행적으로 2주에 걸쳐 10여 차례로 나눠 방사선치료를 하고 있지만 1회의 고용량치료로도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서울의대 허대석 교수)은 뼈 전이가 발생한 말기 암환자들에게 증상완화를 목적으로 하는 방사선치료 방식에 관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연구를 수행했다.
뼈 전이의 증상완화를 목적으로 하는 방사선치료에는 한 번에 고용량의 방사선(대개 8Gy)을 쪼여주는 단일조사법과 저용량을 여러 번에 나누어 적용하는(일반적으로 2주에 걸쳐 30Gy를 10번에 나누어 사용) 분할조사법이 있다.
외국의 경우 이 두 가지 치료법 간에 통증완화의 효과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관행적으로 분할조사를 하고 있다는 게 보건의료연구원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보건의료연구원은 뼈 전이 암환자를 대상으로 증상완화 목적의 방사선치료시 단일조사(1회 치료)와 분할조사(2주 치료)를 비교한 992건의 문헌 중 사전에 정의된 선택기준에 따라 16편의 무작위 대조군임상연구에 대해 질평가 및 메타분석을 수행했다.
그 결과 단일조사는 분할조사에 비해 통증완화 효과, 병적골절 발생률, 척추신경압박 발생률 측면에서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재치료율은 높았다.
이와 함께 보건의료연구원은 2008년 한 해 동안 서울 소재 3차병원 4곳에서 폐암으로 진단받고, 뼈 전이 병소가 두 군데 이상인 환자 중 방사선치료를 받은 192명(총 268 부위)의 의무기록을 후향적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방사선치료 방식은 2주간 10회 분할치료(30Gy)가 47.4%로 가장 많았고, 1회 단일조사는 5.2%에 불과했다.
허대석 원장은 “기대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말기 암환자들에게 2주간의 분할치료를 하면 환자의 전신상태가 불량해 제대로 치료를 마치지 못할 수 있고, 장기 입원으로 인해 환자와 가족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허 원장은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고려해 1회 단일조사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를 주관한 안용찬 전문연구위원(성균관의대 교수)은 “환자의 삶의 질, 치료시설 접근의 편의성, 소요비용 등을 고려하는 최적의 방사선치료 시행을 위해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된 근거와 국내 진료관행간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를 위해 전문가간의 적극적인 논의, 한국형 임상연구의 수행, 홍보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