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치료 불모지에 'Alopecia'(탈모)라는 책이 출간됐다. 출판된지 두 달밖에 안됐지만 벌써 5판을 준비 중인 이 책은 무려 1천 페이지에 이른다.
탈모의 원인과 진단과 치료, 국내외의 논문을 엮은 이 책의 저자는 누굴까. 국내 의대 교수나 해외의 저명한 의사일 것이라고 추측하기 쉽지만 아니다.
바로 해운대에 위치한 미앤미재생의원 이기지 원장이다.
그가 탈모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9년 전이다. 우연히 한 학회에 참석, 탈모 관련 강의를 듣다 "이거다"하는 감을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탈모 치료에 접근하는 일은 자신과의 지난한 싸움이었다. 마땅한 논문과 책도 없었고, 조언을 얻을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환자나 의사 모두 탈모는 치료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피부와 달리 어떤 처방에도 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체계적인 탈모 논문이 없습니다. 하지만 탈모는 신체 전반적인 조건과 정신·심리적인 영향과 관련이 있습니다. 단순히 두피 위주의 치료는 근본 치료가 아닙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제대로 된 교과서나 논문이 없는 마당에 탈모는 '치료'의 영역이 아닌 '체념'의 영역이 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기지 원장도 불과 3년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시행착오'의 반복 끝에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외의 논문과 책을 찾아가면서 공부를 하다보니 3년 전부터는 길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어느 정도 지식이 쌓이고 의학적인 치료로서 탈모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서부터 책 집필에 들어갔습니다."
책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1년 6개월이 넘는다. 이기지 원장은 점심 시간을 아껴 김밥 한줄로 배를 채우며 집필을 했다.
또 틈틈히 시간을 내 논문도 발표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발표한 논문은 네 편. 탈모 치료 불모지인 국내 현실에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그는 탈모 시장을 '암흑의 시대'로 진단했다. 아직도 의학적 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그저 탈모를 유전 탓으로 돌리곤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탈모로 고통받는 환자에게도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달 10일 대전역에서 열리는 대한임상탈모학회 강연도 맡았다. 시도의사회의 요청이 많아 조만간 서울에서도 강연을 열 계획이다.
향후에도 꾸준히 탈모 관련 집필과 논문을 발표할 계획이라는 이기지 원장은 마지막으로 탈모 시장에 관심을 부탁했다.
"인세가 수입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지만, 방관하던 의원들도 탈모 시장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집필했습니다. 탈모 환자는 1천만명이며 시장 규모는 1조원에 달합니다. 탈모 시장은 개원의에 블루오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