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3기 진단을 받은 환자가 암 수술은 물론 항암치료를 거부했을 때 의료진은 어떻게 해야 할까.’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치료를 한다고 해도 회복가능성이 낮은 환자에게 의료진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서울아산병원 고윤석 교수(호흡기내과)는 27일 ‘생명윤리와 자리결정권’을 주제로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 같은 질문을 던지며 환자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고 교수는 “의료가 지닌 모호성 때문에 환자의 자율성은 항상 존중해야한다”며 “당장 세브란스의 김 할머니 사건만 해도 연명치료를 중단했지만 그 이후의 결과는 의료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던 것처럼 치료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모호성을 늘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자가 어떤 치료를 받았을 때 그 결과를 100%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어떤 치료를 받을 것인지 환자의 선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환자가 선택을 할 때 있어 의료진의 태도의 중요성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는 "단 1%의 가능성이라도 치명적인 위험에 대해 환자에게 정보를 전달했을 경우와 그렇지 않았을 경우 환자의 선택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의료진이 어떤 태도를 취했느냐가 환자의 자율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해야한다“고 했다.
또한 그는 최근 이처럼 환자의 자율성이 부각되고 있는 요인으로 의학기술의 발전을 꼽았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동일한 질환에 대해 여러 가지 치료가 가능해진 만큼 이를 결정하는 데 환자의 선택이 중요시 된다는 것이다.
그는 “다양한 치료법에 대해 환자는 설명을 듣고 그중 자신이 원하는 치료법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의학기술의 발달은 환자의 자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의료정보 접근성 상승도 환자 자율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새 의료의 접근성은 물론 의료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좋아졌다”며 “환자들이 자신의 증상과 관련한 의학적 정보를 알고 싶어하고 또 자신의 치료법을 선택하길 원하기 때문에 환자의 자율성은 앞으로 더 신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최근 환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의료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자율성 또한 상승했지만 의사와 환자 간에 의료정보의 비대칭성은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의료진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