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경과학회가 신경과에서의 SSRI계열 항우울제 처방 제한 규정 삭제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뇌졸중, 파킨슨병 등 신경계질환 환자들의 우울증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환자들이 잘못된 규정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경과학회 김주한 이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일차성 우울증과 신경계 질환 우울증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우울증은 무조건 정신과에서만 치료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과 1차 약제인 SSRI 계열 항우울제에 대한 편향되고 잘못된 요양급여기준이 적절한 치료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SSRI, SNRI 계열 항우울제 요양급여기준은 60일 이후에는 투약을 중단하거나 더 오래 투여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정신과로 환자를 의뢰하도록 되어 있다.
김 이사장은 "이 규정은 애초 중증 우울증 환자를 전문가에 의해 제대로 관리하고자 하는 좋은 의도로 기획되었으나 너무 과장되고 확대되어 다른 진료과에서는 우울증을 치료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으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그는 "신경계질환 환자를 정신과로 회송한다는 것이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어렵다'며 "많은 환자들이 정신과를 가지 않으려 하고 있으며, 정신과에 보내도 결국은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비싼 비보험으로 약을 타거나 혹은 우울증 치료를 포기하게 된다고 학회는 주장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종성 교수는 "신경계 질환 환자를 정신과로 의뢰하기 어려운 이유는 뇌졸중, 치매, 파킨슨병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경우가 많고, 고혈압, 당뇨, 심장병, 암 등 동반 질환을 흔히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신과를 한 번 더 간다는 것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또 "신경과 전문의가 아니면 신경계 이상 증상과 우울증상 사이의 감별이 어려워 우울증으로 잘못 진단하거나 약을 과잉 처방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학회 김승민 부이사장(연세의대)도 "거동이 어려운 파킨슨병 환자들이 60일이 지나서 신경계질환 우울증으로 치료하려면 무조건 정신과로 가야 한다는 규정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이런 잘못된 규정으로 인해 환자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요양급여기준의 개선을 강력히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