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최근 비만치료제인 시부트라민제제의 판매중지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의료계의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31일 대한비만학회(이사장 박혜순) 추계학술대회에 참석한 대학병원 교수들은 식약청이 시부트라민제제를 판매중지 결정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가톨릭의대 부속병원 내분비내과 Y교수는 “식약청은 시부트라민제제를 국내에서 시판 허용하기 이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처방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심혈관계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시장에서 퇴출시켰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 식약청이 왜 미국 FDA의 눈치를 보는지 모르겠다”고 쓴소리 했다.
식약청은 지난 14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을 거쳐 시부트라민제제의 최종 판매중지 및 자발적 회수권고 조치를 취했으며, 이보다 앞서 원개발사인 미국 애보트는 미국 FDA의 ‘처방·사용 중지 및 자발적 회수’ 권고를 수용한 바 있다.
이는 고위험군 환자 1만여명을 대상으로 6년간 진행된 대규모 SCOUT 연구결과 ‘유익성이 위험성을 앞선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는 최종 결론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Y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유해성이 보고된 바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식약청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교각살우”라면서 “시부트라민이 퇴출됨에 따라 비만치료가 왜곡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순천향대병원 내분비내과 M교수는 “우리나라 비만약 시장에서 리덕틸의 점유율이 50% 가량이었는데 비향정신성 비만약이 퇴출됨에 따라 일부는 향정신성 비만약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문제는 일부 환자들이 민간요법이나 건강식품으로 넘어가 치료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이라고 환기시켰다.
한편 비만학회는 초고도비만 환자에 대한 비만대사수술을 보험 적용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가톨릭의대 이상권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비만수술은 2003년 125례에서 2009년 778건으로 622% 증가했다.
이 교수는 “이는 비만의 증가와 더불어 비만수술에 대한 개념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비만수술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향후 비만수술 외과의사는 비만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유순집(성가병원) 교수는 “비만수술이 증가하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수술비가 1천만원이 넘는다는 것”이라면서 “불가피하게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는 환자들을 위해 이제 정부는 최소한 초고도비만환자에 대해서는 보험급여를 인정할지 여부를 결정할 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