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의 항생제 처방 남용으로 인한 내성 문제가 개선되지 않자 감염내과 전문의에 한해 처방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대한감염학회(이사장 오명돈)는 5일 추계학술대회에서 <항생제 관리의 현황과 문제점>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H병원 감염내과 C전문의는 “항생제 관리의 문제점은 우선 감염내과에서 승인하지 않은 사용 제한적 항생제라 하더라도 3일간 비급여 처방을 할 수 있어 적응증이 되지 않는 광범위 항생제가 투여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전문의에 따르면 H병원은 고가 항생제, 특수한 항균력, 내성 발현 등을 고려해 제한 항생제를 선정하고, 이들 항생제에 대해서는 감염내과에서 승인한 것에 한해 협진 희망일로부터 14일간 처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감염내과에서 승인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3일간 비급여로 처방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C전문의는 “항생제 처방 제한으로 인해 외과, 흉부외과 등 외과계열 의사들과의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데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카바페넴을 투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지속적으로 항생제 처방을 관리하면서 3세대 세팔로스포린과 아미노글라이코사이드 사용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카바페넴은 오히려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 9월 일본에서 15명을 사망케 한 아시네토박터균은 카바페넴 내성을 갖고 있다.
S의대 J교수는 “항균제 처방 시스템이 도입된 후 사용 밀도고 감소했지만 주요 세균의 항균제 내성률 추이를 보면 아직 감소 경향이 관찰되지 않고 있으며, 적극적인 감염관리가 이뤄질 때 항균제 내성 감소라는 어려운 목표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런 노력이 없다면 항균제 내성 확산의 가속화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자 I의대 모 교수는 “수술전 예방적 항생제 사용이 호전되고 있는데 이는 감염내과 전문의가 유도해서가 아니라 심평원이 적정성평가를 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이 감염내과의 항생제 처방 적정관리 노력에 전혀 협조하지 않고 남용하고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과격한 주장일지 모르지만 2차, 3차 병원에서는 감염내과 전문의만 항생제 처방을 할 수 있도록 궐기대회를 하든지, 정책에 반영되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감염내과학회 관계자는 “학회 회원 여러분들이 궐기대회를 하자고 한다면 그렇게 하겠다”면서 “항생제 내성 내성 문제가 심각하지만 감염내과에서 제대로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일 뿐만 아니라 다른 과에서 항생제 내성에 대한 책임을 느끼는지 의문”이라고 쓴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