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총액계약제로의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기했다. 원론적으로는 동의하지만 현실화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1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최한 '심평포럼'에서는 'OECD가 본 한국의 보건의료체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날 곽숙영 OECD 한국정책센터 사회정책본부장은 OECD가 펴낸 'Health-Care Reform in Korea'(한국의 보건의료개혁)을 소개했다.
보고서는 진료비 지불제도와 관련해 행위별 수가제를 DRG, 인두제 등으로 개편하는 안과 함께 제네릭 약가 인하, 게이트키퍼 제도 도입 등을 주장했다. 또한 간접세의 확대, 의사 공급 확대, 본인부담금 축소, 영리병원 허용 등도 제안했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OECD 보고서에 대해 총론적으로는 동의한다고 밝혔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논란이 많은 총액계약제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서울의대 김윤 교수는 "OECD 보고서를 총론에서는 동의하지만 개혁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에 옮기느냐가 중요하다"면서 "현실적인 역학관계를 고려하면 실행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의료비 증가 추세를 막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지불제도, 공급체계, 전달체계에 대한 개혁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대 권용진 교수도 "총액계약제를 원론적으로 동의하지만, 현실 가능한 문제이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면서 "총액계약제를 공급자가 스스로 관리할 능력이 현재는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건국대 김원식 교수는 "가장 기본인 행위별 수가제하의 개별 행위에 대한 가격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고서는 총액계약제로 갈 수 없다"면서 "현행 제도를 효율적으로 만드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사연 신영석 연구위원은 "총액계약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와 있는 게 없다"면서 "의료전달체계, 공급체계, 지불제도를 동시에 개편할 수 있는 준비를 하루 빨리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도 총액계약제로의 개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 박민수 보험정책과장은 "총액계약제는 의사 인력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면서 "의사 인력 증가가 정체되는 시점이 되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과장은 "지불제도를 바꾸면 서비스의 질이 달라지는데, 만약 (총액계약제가) 의료 질을 담보하지 않는다면 수용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