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고혈압신약 '카나브정'의 약값 협상이 한창이다. 오는 15일, 개발자인 보령제약과 직접 돈(보험급여)을 주는 공단이 세번째로 테이블에서 마주앉는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보령이 약값에 욕심을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단이 '어떻게 한 달도 안돼서 약값을 줄 수 있느냐'는 태도다.
약가협상에 참여한 관계자의 말을 빌면, 공단의 고민은 얼마의 약값을 주느냐 보다는 언제 약값을 주느냐다.
협상이 시작(1월24일)된지 한달도 안된 시점의 협상 타결은 타 제약사와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공단 논리다.
보령은 이미 높은 약값의 욕심을 버린지 오래다. 주는대로 받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심평원 산하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코자와 같은 가격인 785원으로 통과됐지만, 750원 이하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측 입장이다. 그만큼 빠른 약가협상이 간절하다는 뜻이다.
보령의 이같은 조급함은 종합병원 리스팅과 복제약 등장 때문이다.
대부분의 종병이 3월에 리스팅을 하는만큼 이 시기를 놓치면 안되기 때문이다. 타이밍을 놓치면 꽤나 긴 시간을 기다려야한다. 통상 종병은 1년짜리 계약을 한다.
또 오는 4월이면 대형 고혈압약(3개)들의 특허가 풀리기 시작한다. 이들의 작년 처방액이 2000억원을 넘는다. 복제약이 쏟아질 수 밖에 없다는 소리다. 벌써 100개가 넘는 복제약이 출발신호가 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보령이 하루빨리 약가협상을 바라는 이유다.
거두절미하고 '카나브정'의 상징성은 크다. 토종제약사가 만든 신약 중 질환별 최대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약물이다. 공단도 이같은 점을 인정해야 한다. 더 이상 형식에 얽매이면 안된다. 이 순간만큼은 특혜를 줘도 괜찮을 법하다.
오는 15일 열리는 약가협상. 사실상 '카나브정' 3월 출시를 위한 마지막 기회다. 공단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