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내분비학회, 추계학술대회서 고령화사회 성호르몬 치료 최신 지견 공유
대한남성건강갱년기학회, TRAVERSE 임상 내용 반영 등 지침 개정 논의
테스토스테론 보충 요법(TRT 요법/남성호르몬요법)에서 제기된 심혈관계 부작용 이슈가 희석되고 있다.
지난해 공개된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 저테스토스테론증에 대한 TRT 요법에서 위약군 대비 주요 심혈관 사건(MACE) 발생률에 차이가 없었던 것.
국내 유관 학회도 이를 지침에 반영,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킨다는 방침이다.
31일 대한내분비학회는 인터불고대구호텔에서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고령화 사회에서 성호르몬에 관한 진료의 실제와 최신 연구에 대해 공유했다.
TRT 요법의 심혈관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2010년 NEJM에 공개된 연구에 의해 촉발됐다.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서 TRT를 받은 남성들에게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졌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심장마비와 뇌졸중의 위험성이 높아졌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TRT가 심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2015년 미국 FDA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침을 발표하며 테스토스테론 제조사들에게 TRT의 장기적인 심혈관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시험을 요구한 이래 여러 연구가 수행됐지만 상반된 결과가 반복됐다.
최근 국내외 TRT 요법의 흐름을 소개한 한양대구리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유성훈 교수는 "NEJM의 발표 이후 TRT 요법의 심혈관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돼 왔다"며 "그런 까닭에 요법 금기 사항으로는 전립선암 또는 유방암이 있거나 의심되는 환자, 적혈구 증가증, 중증의 심부전, 콜레스테롤 260mg/dL 이상, 중등도 이상의 전립선 비대 혹은 결절 소견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그는 "TRT 요법을 하면 안 되겠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져 실제 위험성을 평가하기 위한 대규모의 임상 TRAVERSE가 진행돼 작년에 공개됐다"며 "평균 연령 63세 환자 52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위약과 비교한 결과 심혈관계 사건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TRAVERSE 임상 단비…국내 지침도 반영
TRAVERSE 임상에서 MACE 발생률은 TRT 요법군이 7.0%, 위약군에서 7.3%로 오히려 TRT 투약 시 소폭의 발생률 감소가 관찰됐지만 심방세동, 급성 신장 손상, 폐색전증 발생률은 상대적으로 높아 개별 환자의 특성에 맞는 처방 및 모니터링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유 교수는 "TRT 요법이 제2형 당뇨병 발병을 막는다는 연구가 진행돼 당뇨병 전단계에 투약 시 발병률은 7.6%, 비투약군은 14.9%로 위험도 감소가 관찰됐다"며 "다만 올해 초 NEJM에 공개된 연구에선 골절률이 다소 올라간다는 보고가 나오는 등 다각도의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여러 업데이트된 연구 내용을 반영해 대한남성건강갱년기학회(KSMHA)도 관련 지침의 개정을 논의 중에 있다"며 "이에 따르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남성을 제외하고, TRT 요법은 단기적으로 주요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크게 증가시키지 않을 수 있으므로 치료 옵션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TRT 요법이 당뇨병 또는 당뇨병 전단계의 예방, 관해 및 이상지질혈증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며 "요법이 골밀도를 증가시킬 수 있으나, 골절 발생 예방에 대해서는 불확실하고 적혈구증가증 발생이 미미하지만 잠재적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부분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논의 중인 지침은 우울한 기분에 대한 테스토스테론 치료가 효과적이지 않거나 미미하다는 점, TRT 요법에 따른 새로운 정신질환 발병 간의 연관성에 대한 상충된 주장들에 대한 내용, 성선기능저하 남성의 우울한 기분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은 추천하지 않는다는 점도 명시했다.
한편 국내 지침은 성선기능저하증 진단 기준값이 타 국가, 기관 대비 더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성훈 교수는 "KSMHA가 한국인 기반 임상 연구에서 제시한 총 테스토스테론 컷오프 값은 2.6ng/mL"이라며 "이는 AUA, EAU, ES, ISSM, ISSAM, BSSM와 같이 타 국가 또는 가이드라인이 설정한 3.0~3.5 보다 낮은 값"이라고 밝혔다.
그는 "결론적으로 국내 지침은 TRT 요법은 성기능 저하 증상이 있던 성선기능저하 남성에게 성 활동, 성 만족도 및 성욕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인정했다"며 "다만 발기부전을 개선할 수 있지만 포스포디에스테라제 5형 억제제에 비해 효과적인 단독 요법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고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TRT는 전립선암의 발병률을 증가시키지 않지만 활동성 전립선암 환자에서는 여전히 사용이 금지된다"며 "전립선암의 치료가 완료된 환자에서 뚜렷한 성선기능저하증상이 있는 경우,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임상의의 재량에 따라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