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 기자
의약 학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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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만성질환 예방전략 디지털 헬스기기로 해결…문제는 수가

가정 혈압 모니터링이 임상 현장에 안착한 가운데, 이제는 심전도(ECG)를 포함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의 데이터를 어떻게 제도권 안으로 수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특히 고령화로 인해 심인성 뇌졸중 위험이 급증하면서, 일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고혈압·부정맥 통합 관리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30일 메디칼타임즈는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와 함께 '효율적인 혈압·부정맥 관리를 위한 과제'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고 자가 심전도 측정 기기의 임상적 유용성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적 과제를 집중 조명했다.이날 좌담회에는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강태경 회장(서울연세의원), 김정환 대외협력부회장(강남을지병원), 김정하 학술부회장(중앙대병원), 유승호 공보이사(입북삼성가정의학과의원)가 참석했다.■검증된 기기 필요성…"단순 알람 넘어 임상 데이터 돼야"참석자들은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보급이 늘고 있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 이를 치료의 근거로 활용하기에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웨어러블 기기가 제공하는 불규칙한 맥박 알람은 환자에게 과도한 불안감을 줄 뿐 아니라, 의사 입장에서는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태에서 방대한 로우 데이터(Raw Data)를 일일이 분석해야 하는 '알람 피로'와 책임 소재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김정환 부회장은 웨어러블 방식이 부상하고 있지만 고령 환자들이 직접 운용하기엔 작동법이 복잡해 대안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김정환 부회장은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부정맥 스크리닝에는 일부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일회성 알람이나 정교하지 못한 파형만으로는 임상적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매우 어렵다"며 "특히 고령 환자들의 경우 웨어러블 기기의 복잡한 조작에 서툴고 충전이나 착용의 번거로움으로 인해 지속적인 사용이 힘든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이어 그는 "오히려 고혈압 환자들에게 이미 익숙한 자가 혈압 측정 루틴에 심전도 기능을 결합한 형태가 환자 순응도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며 "심방세동 환자의 80%가 고혈압을 동반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일 혈압을 재면서 자연스럽게 심전도를 동시에 모니터링하는 복합 측정 방식이 무증상 부정맥을 잡아내는 데 더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강태경 회장 역시 "의사가 환자에게 기기를 권유하기 위해서는 그 데이터가 임상적으로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활동 중 변수가 많은 웨어러블의 단편적인 데이터보다는, 안정된 상태에서 검증된 측정 자세를 통해 얻은 정밀한 데이터가 확보돼야 의사가 확신을 가지고 적극적인 처방이나 전원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해석에는 책임 따라"…제도적 장벽·보상 부재 '이중고'의료 현장의 또 다른 현실적인 고민은 데이터 해석에 따르는 '보상'과 '책임'의 불균형이다. 현재는 환자가 외부에서 측정해온 데이터를 지참하더라도 이를 분석하고 상담하는 과정에 대한 별도의 수가가 전혀 책정돼 있지 않다.유승호 공보이사는 각종 모니터링 기기의 측정 데이터 해석에 따르는 보상과 책임의 불균형을 지적했다.유승호 이사는 "스마트 기기에서 이상 신호가 떠서 내원한 환자를 상담하는 것은 의사에게 큰 심리적 부담"이라며 "방대한 파형 데이터를 해석하고 위험도를 평가해 권고안을 내야 하는데, 제도적 틀이 없으니 의사는 보상 없이 리스크만 감수하며 상담하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지역사회 데이터는 병원에서 짧게 찍는 것과 성격이 다른 만큼, 이를 의료 시스템 안으로 통합하는 표준 체계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김정하 부회장도 "AI가 1차 리딩을 하더라도 의사가 확인 버튼을 누르는 순간 그 데이터에 책임을 지는 구조"라며 "국가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공인된 프로토콜과 인증받은 장비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당뇨 환자가 당화혈색소를 보듯 고혈압 환자도 심전도를 통해 좌심실 비대 등 합병증 여부를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가정 내 데이터가 진료실 EMR 시스템과 연동되는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1차 의료가 게이트 키퍼"…고혈압·부정맥 통합 수가 제언좌담회에서는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에 부정맥을 포함한 '통합 관리 모델'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제언이 쏟아졌다. 파편화된 만성 질환 관리 사업에 부정맥 트랙을 얹어 비용 대비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김정환 부회장은 "심인성 뇌졸중은 예방이 핵심이며 이는 1차 의료기관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며 "65세 이상 고혈압 환자 검진 시 심방세동 위험 평가를 포함하고, 가정 내 복합 측정 기기를 통해 데이터를 누적하는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뇌졸중 발생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강태경 회장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통합 관리 수가' 체계의 전면 개편을 촉구했다. 그는 "질환이 중첩된 고령 환자를 상담할 때는 훨씬 많은 시간과 전문성이 소요됨에도 현재 보상은 단순 질환자와 동일하다"며 "나이나 복합 질환 여부에 따라 수가를 차등화해야 1차 의료기관이 적극적으로 환자 교육과 데이터 판독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왼쪽부터) 유승호 공보이사, 강태경 회장, 김정하 부회장. 이날 전문가들은 자가·웨어러블 심전도 기술의 잠재적 임상 가치에는 공감하지만, 제도·지침·보상 체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실제 진료 현장 도입은 아직 초기 단계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유승호 이사 역시 "새로운 제도를 신설하기보다는 기존 만성 질환 관리 사업에 부정맥 관리 트랙을 추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가 확산될수록 이를 올바르게 해석하고 환자를 안심시키거나 필요한 경우 상급 병원으로 보내주는 1차 의료진의 역할에 합당한 인센티브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의사가 믿어야 환자에게 권유 가능…"인식 개선·교육 병행돼야"마지막으로 참석자들은 기술의 발전을 임상 현장이 수용하기 위해선 의료진들이 먼저 '얼리 어답터'가 돼 경험하고, 이를 환자에게 권유할 정도의 신뢰가 쌓여야 한다고 제언했다.강태경 회장은 "1차 의료진이 누구보다 먼저 최신 기기의 발달 정도와 정확성을 알아야 한다"며 "환자가 각종 기기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들고 왔을 때 의료진이 이를 해석 및 설명할 능력을 갖춰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제조사들이 의사 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신뢰할 수 있는 임상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면 의료진들이 먼저 확신을 가질 수 있다"며 "의료진의 신뢰가 환자 권유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김정환 부회장은 "한국은 서양과 달리 심장에서 비롯된 허혈성 뇌졸중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고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며 "대학병원보다 환자와 밀접한 1차 의료기관에서 심방세동 조기 발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수 의료의 핵심이며, 이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의료계의 노력이 결합돼야 한다"고 끝맺었다.일차 의료 전문가들은 자가 혈압 및 심전도 측정 기술 자체의 가능성이 인정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지침, 제도, 수가, 책임 구조 등 다양한 기반 마련이 선결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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