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대신 위기감…의료계 신년하례회 '특단의 조치' 언급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 변화를 정부에 강하게 요구합니다. 이러한 변화가 없을 경우, 대의원회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의대 증원 논의,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문제, 성분명 처방 등의 산적한 현안에 대한 불안감이 의료계 신년하례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8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의협 대강당에서 개최된 의료계 신년하례회에서 당면한 주요 의료계 이슈가 망라되면서 신년에 대한 기대감 대신 위기감이 팽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택우 의사협회 회장을 비롯한 의료계 인사들이 현재 상황을 위기로 규정, 일단락된 '의-정 갈등'은 언제든 현재진행형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신년의 기대감보다 우려감 쪽에 무게감이 실린 것.김택우 의사협회장8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공동 주관의 '2026년 의료계 신년하례회'가 의사협회 대강당에서 개최됐다.하례회에는 김택우 의사협회장, 이성규 병원협회장, 김교융 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 유태전 병원협회 명예회장,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 오태윤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원장 등 다양한 의료계 인사들이 참석했다.이어 나경원, 서영교, 전현희, 김예지, 박희승, 서명옥, 김윤, 한지아, 이주영까지 9명의 국회의원이 참석했고,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도김택우 의사협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의-정 갈등을 촉발했던 의대 증원 등 굵직한 의료계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정 의사 수 문제를 화두로 올렸다.김 회장은 "2년 전 의료 사태 당시 가장 큰 쟁점이었던 의대 정원 문제가 여전히 합리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며 "외국의 경우 수년에 걸쳐 수십 개의 변수를 반영해 의료 인력 추계를 진행하는데, 우리나라는 불과 5개월 만에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고 지적했다.그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의사협회 내 추계위원회를 설립했고, 최근 분석 결과를 토대로 그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다"며 "의료는 불확실성이 매우 큰 영역이어서 예측이 어렵고, 그만큼 리스크도 커 점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한다"고 제시했다.이성규 대한병원협회장 역시 의정 갈등으로 촉발됐던 비상진료체계는 일단락됐지만, 의료 현장의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며 의료전달체계와 인력·보상·재정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의료전달체계의 전면적 재검토를 꼽았다. 현재 구조가 의료기관 간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고, 수익성이 낮은 필수의료 영역에서는 의료 공백을 키우고 있다는 것.김교융 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이 회장은 "의료인력 수급 정책에 대해서도 보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전국 단위의 단순한 추계가 아니라 지역별·전문과목별 현실을 반영한 중장기 인력 수급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특단의 조치'까지 언급하며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김교웅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은 "중요한 것은 전체 의사 수가 아니라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등 필수과를 선택하는 전공의 수"라며 정부가 지방의료 강화를 위해 서울 지역 전공의 정원을 줄이고 지방 병원 정원을 늘렸지만, 실제 지원은 오히려 급감했다고 지적했다.그는 "당장 2026년 필수의료 인력 수급조차 대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10년·15년 뒤를 내다보며 지역 의료를 살리겠다고 의사 수를 추계하는 것이 과연 의료 현장과 맞는 이야기냐"며 "여러분의 아들이나 조카, 동생이 인턴이라면 어떤 과를 선택하라고 말해주겠느냐는 질문이 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특히 김 의장은 정부를 향해 강경한 메시지를 던졌다.그는 "단순히 정원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아무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며 "대의원회는 의료인력 수급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당장의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 변화를 정부에 강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이어 "이러한 변화가 없을 경우, 대의원회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김태우 집행부 역시 이를 유념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