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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만든 이지스차트 첫돌 "익숙함 버리면 삭감도 훨훨"

발행날짜: 2015-10-15 05:12:02

개원내과의사회 남준식 정보통신이사 "건전한 차트 생태계, 의사 손으로"

"의사들의 요구를 반영한 차트를 만들어보자."

제품에 대한 풍부한 지식으로 제품 생산과 디자인, 설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프로슈머나 리서슈머 등 '똑똑한 소비자'들이 각광 받는 시대.

내과의사들이 전자차트자문단까지 구성해 업체와 교류하며 개발에 참여한 '이지스 전자차트'가 출시 1주년을 맞았다.

과연 의사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결실을 맺었을까. 차트 개발에 의사와 업체간 중간다리 역할을 자처한 남준식 개원내과의사회 정보통신이사(연세미소내과의원) 원장을 만나 출시 후 변화를 짚어봤다.

"출시 첫돌, 우리는 익숙함과 싸운다"

기대를 모았던 이지스차트의 출시 1년. 최근까지 공개된 상용 전자차트로서는 마지막 차트이자 의사들이 대거 참여한 프로젝트로도 기대를 모았던 것이 사실이다.

별도로 구동해야 했던 만성질환관리 프로그램(HERIS)과 삭감 관리 프로그램을 무료로 탑재해 눈도장을 찍었지만 성적표는 아직 A 학점에 못미친다는 게 내부의 반응.

"사용자는 51명에 불과하다. 출시 후 1년만에 200명에서 300명 정도 사용자를 기대했지만 아직 그 목표치에 미달한 게 사실이다. 타 차트와 견줄만한 정도를 넘어섰다고 자평하지만 사람들이 몰라주는 게 야속할 따름이다."

남준식 이사의 적은 따로 있었다. 바로 의사들의 익숙함이 그 첫번째라는 것.

처음 사용한 전자차트가 의사들의 마지막 차트가 되는 상황에서 좋은 소프트웨어라는 타이틀만으론 의미가 없다. 어떻게든 한번 써 봐야 전자차트의 장단점을 알릴 수 있지만 의사들의 익숙함이라는 견고한 장벽은 여전히 뚫기 힘든 요새다.

남 이사는 "처음에는 내과 전용으로 시작을 했지만 이제는 인공신장실, 입원실을 운용하는 병원급에도 운용이 가능해졌다"며 "유료로 서비스되는 삭감 사전 점검 프로그램을 탑재해 기능면에서는 완벽에 가까워졌다"고 고평했다.

그는 "다만 아쉬운 것은 아직도 의사들이 익숙함에 빠져 사용하던 차트를 쉽사리 바꾸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며 "이 난공불락의 요새를 어떻게 함락시키는지가 관건으로 남았다"고 지적했다.

모 업체가 서비스 중인 삭감 사전 점검 프로그램은 유료인 데다가 전자차트와 별로도 구동되기 때문에 일일이 프로그램을 전환하며 사용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반면 이지스차트는 차트에 기본으로 삭감 점검 프로그램을 탑재했고 별도의 프로그램이었던 만성질환관리 프로그램(HERIS)을 삽입해 환자의 임상정보 관리를 도와주고 있다. 특히 삭감 점검 로직 개발에 의사들의 참여는 소금이 됐다.

남준식 이사는 "의사들이 만성질환자의 진단과 처방 등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는 임상지원 시스템을 넣어 비서같은 운용이 가능케 됐다"며 "특히 삭감 점검 프로그램으로 월 200만원 삭감을 당하던 회원이 12만원으로 줄었다고 할 때는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차트 업체들이 보험심사 기준을 빠르게 업데이트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원의들이 불편을 느끼는 기능적인 부분의 개선에는 소극적이었다"면서 "이지스차트의 인터페이스는 개원의의 의견을 반영해 수시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많은 개원의들이 메이저 업체의 불편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사용자 편의성 극대화는 관심을 끄는 대목.

"의사들의 참여는 현재 진행형"

의사들의 참여를 전제로 제작된 만큼 이지스차트는 독특한 생태계를 구성했다. 의사는 주어진 차트를 그대로 사용해야 하는 수동적인 사용자이자 고객의 역할에 더 이상 머무르지 않는다는 소리다.

"특이하지만 이지스차트 사용자는 커뮤니티에 가입을 한다. 처음에는 전자차트 사용에 따르는 불만 사항을 제기하는 정도에 지났지만 지금은 사랑방 공간으로 변모했다. 누군가 보험 심사 관련 정보를 질문하면 다른 이용자가 바로 답변을 올리는 식이다. 업체 관계자도 커뮤니티에 들어와서 수시로 모니터링을 한다. 불만 사항의 즉각적인 반영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전화로 불만 사항을 요청하기에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일부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했다는 게 그의 설명. 실제로 인터뷰 진행 내내 커뮤니티에 질문과 답변이 수시로 올라오며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 "비상근 방사선과 의사가 있는데 영상의학과 전문의 판독료를 받을 수 있냐"는 질문을 올리자 1분이 지나지 않아 답변이 올라왔다.

이번엔 "처방을 내리고 처방 내역에 따라 간호사에게 지시할 수 있는 지시형 오더가 차트에서 가능했으면 한다"는 제안이 나오자 업체 측 관계자가 "여러각도로 보완하겠다"는 답변을 달았다.

"차트 업계에도 건전한 생태계 필요"

의협 등 의사회 주도로 전자차트 개발과 보급을 공언했던 적이 수 차례. 아직 성공한 적은 없다. 진료가 8할이라면 전자차트를 이용해 처방하는 비용과 시간은 2할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의료계 표 전자차트는 숙원 사업과 마찬가지다.

의료계가 숱한 의욕으로 전자차트 개발에 덤벼들었지만 두 손을 들고 포기 선언을 한 것이 다반사. 왜 약사회의 PM2000 같은 대중화된 차트가 없냐는 질문도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남준식 이사는 "의사들의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이지스차트가 성공해야 한다는 무리한 주장을 하는게 아니다"며 "이지스차트의 성공이 곧 건전한 차트 시장의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업체에 휘둘려 무리한 바가지 요금을 내도 하소연할 데 없는 것은 의사들의 견제 권한이 그만큼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판단.

남 이사는 "이지스차트가 설치료 55만원에 3대의 컴퓨터 설치까지 월 사용료 6만 6000원이라는 공격적인 가격을 내세웠다"며 "이렇게 나오자 다른 업체들도 수백만원, 수십만원에 달하던 설치료, 월 사용료를 덩달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역설했다.

그는 "경쟁이라는 시장 환경이 조성돼야만 의사 회원들이 업체에 휘둘리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며 "시장의 견제자 역할을 위해서라도 이지스차트가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마지막 당부는 다음과 같다.

"전자차트 갈아타기를 두려워 하는 회원들이 많지만 한번 바꿔보라고 권하고 싶다. 의사들의 힘으로 건전한 차트 생태계를 조성해야 삭감과 월 사용료의 부담에서 벗어나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다. 조금만 가시밭길을 걸으면 평지가 나온다. 익숙하다는 핑계로 언제까지 불편을 모른 척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