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왈레스 침례병원의 파산은 신호탄에 불과했다.
최근 부산지역 지역거점병원 역할을 해왔던 대형 종합병원들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23일 부산지역 병원계에 따르면 치열한 경쟁구조와 제도적 변화로 병원 경영에 어려움이 발생하면서 300병상 이상의 대형 중소병원들 마저도 병상을 축소 운영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지역 A중소병원 이사장은 "가령 병상 규모는 300병상이라도 환자 감소 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병상을 축소 운영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은 특정 병원의 사례가 아니다"라면서 "지방 중소병원 대다수가 처한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중소병원장은 대학병원과 전문병원 사이에서 2차병원만의 경쟁력을 어필하는 것이 만만찮은 게 사실이라고 공감했다.
중소병원 경영진이 말하는 중소병원의 공통된 고민은 병원간 경쟁에서 어떻게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과 더불어 제도적 변화로 더 심각해지는 간호인력난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하는 점이다.
중소병원 한 관계자는 "간호사 인력을 2등급 수준에 맞추다보니 어쩔 수 없이 병상 수를 줄이게 됐다"면서 "간호사가 부족해서 병상 운영을 축소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원가 대비 병원 수익률을 따져볼때 간호 2등급이 가장 적절하고 300병상급 이상으로 커지면 적자운영 구조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과거 종합병원으로 오던 환자가 전문병원 혹은 신규 대학병원으로 빠져나가면서 환자가 서서히 감소했다"면서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면서 일반 종합병원은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산부산대병원, 해운대백병원 등 대학병원이 하나 둘씩 늘었고 척추 등 각 전문과목별 전문병원이 늘어나면서 중소병원 환자 이탈이 시작됐다는 게 그의 설명.
일각에선 급성기 중소병원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부산대병원 한 교수는 "지역 내 의료전달체계를 유지하려면 대학병원-종합병원-병원-의원급 의료기관이 피라미드 구조를 유지해야 하는데 문제"라면서 "대학병원이 늘면서 경쟁에서 밀리는 중소병원이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부산지역 한 중소병원 이사장은 "영세한 중소병원도 아니고 500병상 이상의 대형 종합병원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급성기 중소병원이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했다.
대형 급성기 중소병원의 공통점은 장기근속 직원이 많아 인건비 비중이 전체 지출에 50%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간호인력은 구하기 어렵다.
또 매년 수가 인상률은 1%안팎으로 수익률을 높이기 어려운 구조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모 이사장은 "환자를 진료하려면 수준 높은 전문의와 함께 인턴, 레지던트, 펠로우 등 의사 인프라를 갖춰야 하지만 전공의들의 수도권 쏠림은 더 심화되니 지역 병원이 더 힘을 받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지방 의료환경은 매년 더 척박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