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아직 노선을 확정하지 않은 부동표들이 이합집산하는 모습이다.
진료과별 혹은 직역별이나 대학별로 세력을 이루면서 후보별로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것. 이로 인해 각 캠프들도 상대 캠프의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며 이에 대응하고 있다.
A후보 캠프 관계자는 19일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이제는 고정표가 아닌 부동표를 끌어 들여야 하는 시기가 왔다"며 "누가 부동표를 얼마나 모을 수 있는가에 싸움"이라고 귀띔했다.
고정표 밭으로 일궈 놓은 각 후보들의 모교와 전문과목, 교수, 전공의, 전국의사총연합, 전국 시도의사회 등을 제외한 표밭을 얼마나 가져가는가가 당락을 가르는 열쇠가 된다는 의미다.
가장 활발하게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곳은 바로 전문과목별 학회와 의사회다. 각 전문과목들은 사실상 이해 관계가 명확한데다 구심점이 단단한 경우가 많은 이유다.
가정의학과와 소아청소년과 등은 사실상 이미 의사회장들이 나서 지지 후보와 밀접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주도권이 일부 넘어간 상황.
또한 외과 등 외과계 일부 과목들도 B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입을 맞췄다는 것이 캠프 관계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문제는 이 외의 과목들이다. 회원수만 8000여명에 달하는 내과를 비롯해 안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등 대어들이 아직 FA 시장에 나와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각 후보들과 이들 전문과목 임원들간에 선거 시작부터 지속적으로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 각자의 이해관계를 놓고 이합집산을 하고 있는 셈이다.
C후보 캠프 관계자는 "내과와 안과, 이비인후과가 일부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표를 모으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촉각을 기울이며 상황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각 전문과목마다 각 캠프에 연결되는 라인이 있다는 점에서 우리 편이 될 수 없다면 차라리 내분이라도 일으켜 표를 분산시키는 것이 낫다"며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회장 선거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대학 동문회도 놓칠 수 없는 부동표밭 중의 하나다. 학회, 의사회, 전공의와 더불어 가장 큰 영향력이 있는 이유.
젊은 의사 후보가 나오면서 전공의 부동표의 비중이 낮아졌다는 점에서 후보들로서는 군침을 흘릴 수 밖에 없는 금싸라기다.
특히 이번 선거에 서울의대 출신이 3명이 출사표를 던졌고 고대의대, 경희의대, 중앙의대 출신 후보가 나오면서 연세의대와 가톨릭의대 등 최대 동문을 가지고 있는 의대들이 캐스팅 보트가 될 확률이 높다.
한 후보와 연세의대와의 빅딜설에 대해 후보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로 인해 일부 후보들은 이미 연세의대와 가톨릭의대 등 일부 의대 측에 선을 대고 표를 흡수할 방안들을 찾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각자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면 지지가 아니더라도 네트워크에 네트워크로 이어지는 인맥을 통해 일정 부분의 지분을 가져가기 위한 방편이다.
연세의대 원로는 "거의 모든 후보가 각자 연결고리를 가지고 다양한 통로를 통해 러브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과거와 다르게 의대나 동문회 차원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은 약해지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후보가 나온 D의대 동문회 관계자도 "후보 쪽에서는 도움을 달라는 입장이지만 심적으로는 지지해도 쉬운 일은 아니다"며 "최근 모 의대 사태만 봐도 그렇지 않느냐"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