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대 대한의사협회장이 결정되는 D-day의 날이 밝았다. 한달 넘게 펼쳐진 숨가빴던 레이스에서 과연 누가 최후의 축배를 들게 될까.
막바지까지 우열을 점치기 힘들 정도로 그 어느때 보다 팽팽했던 선거판이 예상을 깬 부동표 대거 유입으로 더욱 안개속으로 빠져들면서 이 부동표의 주인이 누구일지 더욱 관심을 모은다.
대한의사협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22일 현재 투표율이 40%에 육박하며 고공 상승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권자 수가 줄어들며 1만 6천표에서 1만 7천표 사이에서 투표율이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이틀만에 예상 투표율을 상회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투표 첫날부터 감지됐다. 전자 투표가 시작되자 마자 1만명이 넘는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면서 투표율이 3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난 39대 선거보다 투표수가 적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첫 날 말끔히 씻어낸 것. 이제는 투표율이 50%를 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의협 선관위 김완섭 위원장은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투표율 50%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2만표 돌파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40대 선거의 최종 유권자 수가 4만 4012명이라는 점에서 2만 2천명이 넘어설 경우 투표율은 마의 50%를 깨게 된다.
전자투표 전환으로 당초 집계됐던 유권자 5만 2515명 중 휴대폰 번호나 이메일이 없어 자격을 잃은 8503명이 떨어져 나가면서 지난해 보다 유권자가 400명 줄어들어 투표율 또한 낮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셈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군의관과 공보의 후보생들이 23일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투표율은 더욱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부동표가 대거 유입되면서 이번 선거의 결과는 더욱 더 안개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초 후보들이 예상했던 투표율에 비해 실제 투표율이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보이면서 고정표를 제외한 부동표의 향방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진 이유다.
과연 예상보다 늘어난 이 표의 주인이 누구인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A후보 캠프 관계자는 "2만표 정도 까지는 어느 정도 예측 범위에 있는데 이를 넘어가게 되면 이제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어디서 이 표가 나왔는지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투표율 상승이 개혁파 후보들에게 크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신호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과거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던 부동표가 쏟아진다는 것은 지금의 의협을 개혁하고자 하는 젊은 의사들이나 민초의사들이 대거 투표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분석이 맞다면 개혁 성향으로 분류되는 기동훈, 최대집, 이용민 후보가 상당한 이득을 얻게 된다. 당선의 문턱에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전혀 다른 분석도 나온다. 개혁 후보들이 대거 선거판에 나오면서 오히려 교수들의 투표 참여가 늘어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지나치게 급진적인 후보가 당선되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 교수들이 투표에 나섰다는 것. 실제로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이러한 사안을 공론화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실제로 이러한 관측이 맞아들어간다면 추무진, 임수흠, 김숙희 후보가 득을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안정을 추구하고자 하는 표가 나온다면 이들 후보들에게 표가 돌아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의협 임원을 지낸 B원장은 "결국 후보들 모두 일정 부분 고정표를 가지고 간다는 점에서 늘어난 투표 용지가 과연 어느 직군에서 어떻게 나왔는가가 중요한 방향타가 될 것"이라며 "그나마 투표율이 올라간 것은 향후 논란을 일정 부분 잠재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만약 지난 선거와 같이 근소한 차이로 당선이 됐을 경우 갖가지 논란이 일어날 확률이 높지 않겠느냐"며 "차라리 투표율이 올라가며 한 후보가 넉넉한 표를 얻을 경우 이러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