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사협회가 한의사의 영문 명칭을 MD(Medical doctor)로 변경하는 안을 다시 꺼내 들면서 의료계와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명칭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한의협의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절대 안될 일이라며 대응을 준비중에 있기 때문. 결국 복지부의 의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최근 내부 간담회와 이사회를 통해 한의사의 영문 명칭을 변경하는 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가장 유력한 안은 Doctor of Medicine(Speciality-Korean Medicine)이며 이 외에도 Physician(Speciality-Korean Medicine), Doctor of Korean Medicine을 후보로 올려놓은 상태다.
이에 따라서 한의협은 이러한 세가지 안을 가지고 보건복지부와 만나 영문 명칭 변경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다.
한의협 관계자는 "이미 세계적으로 Oriental이라는 단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추세"라며 "한의학이 세계적으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명칭 변경은 필수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미 세계적으로 의학은 영역의 구분없는 포괄적인 의료를 지향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에 맞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의협은 이미 한차례 협회의 영문 명칭 변경을 통해 이러한 타당성을 검증받은 만큼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과거 대한한의사협회는 기존 영문 명칭에서 Oriental을 제외하고 The Association of Korean Medicine로 변경하면서 대법원까지 가는 극한 갈등을 빚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의협은 이러한 영문 명칭이 Korean Medical Association이라는 협회의 명칭과 혼동을 줄 있다며 강하게 맞섰지만 결국 법정 다툼에서 패하면서 명칭을 내어준 바 있다.
결국 이번에 영문 명칭 또한 이러한 추세에 맞춘 것인 만큼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 한의협의 생각인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알려지면서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MD와 Physician라는 명칭 자체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의사의 명칭이라는 지적이다.
A시도의사회 회장은 "한의사 명칭에 MD를 못박고 여기에 세부전공으로 Korea Medicine을 붙인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의학에 종속되고 싶다는 것을 자인한 것 아니냐"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스스로 저버린 채 의사라는 이름에 얹혀 가고 있다는 의미 밖에는 안된다"고 비난했다.
대한의사협회 등도 이러한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며 대응을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만약 의사와 혼동될 수 있는 이러한 명칭 변경을 구체화할 경우 이에 대해 협회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의협 관계자는 "상임이사회 등을 통해 한의협의 움직임에 대해 공유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상태"라며 "향후 진행상황을 지켜보며 협회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