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환경 고민한 흔적 없다" 사법입원 또 다른 비인권적 제도될까 우려 학회·환자들 입모아 "정부 투자 필요해" 복지부 "구체적 계획 달라"
"폐쇄병동에는 매일 환자가 죽어간다." "임세원법이 환자 인권을 위한 법이 맞나."
지난 8일 오후 국회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임세원법 입법 공청회는 시작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특히 환자 당사자 단체인 파도손 회원 등 100여명에 달하는 정신질환자가 참석했다. 예상밖의 인원에 행사장 좌석은 물론 맨바닥까지 앉을 자리가 부족했다.
공청회를 추진한 윤일규 의원과 신경정신의학회는 고 임세원 교수가 남긴 유지 즉, 정신질환자가 편견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고자 법 개정에 나선 것. 하지만 막상 환자 당사자들은 개정안에 우려섞인 시선을 보냈다.
가장 첨예한 쟁점은 사법입원. 파도손 이정하 대표는 "말로는 환자의 인권을 위해서라고 했지만 법 개정안 내용에는 비공식입원, 비자의입원, 보호입원, 행정입원 등 강제입원할 수 있는 기준이 보일 뿐 환자의 인권과 치료환경을 고민한 흔적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신질환자의 치료환경 실태를 쏟아냈다.
이 대표는 "법안을 보면 살인사건으로 시작한다. 사건만 터지면 정신질환자를 살인자 취급하며 마녀사냥을 한다. 반대로 수많은 환자들은 병원에서 죽어가는데 이는 기사화하지 않는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왜 수많은 정신질환자들이 퇴원 후 자살을 할까. 원인은 강제입원 과정에서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강압적인 치료를 받다보면 죽고 싶은 마음밖에 안 든다. 정신질환자를 상처받은 치유자라고 칭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장기입원 환자를 전수조사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조순득 대표도 정신질환자의 척박한 치료 환경을 지적했다.
그는 "이 자리를 계기로 (임세원법을)안전이라는 이름만으로 덮지 말고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달라"며 "정신질환자도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를 당부한다. 또 이 같은 내용을 임세원법에 담아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학회가 주장하는 사법입원이 과연 환자에게 최선의 대안인가 혼란스럽다. 혹여 환자에게 또 다른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래서 전문가로서 사심없고 책임있는 검증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자 입장에서 사법입원이 어떤 제도가 될 것인지 모르고 막연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기존의 강압적이고 비인권적인 치료가 되지 않도록 해달하는 얘기다.
그러자 플로워에서 "사법입원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달라"는 돌발 발언이 이어기지도 했다.
조 대표는 정신질환자가 장기수용 중심에서 지역사회 치료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통령 직속 국민정신건강위원회 설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최준호 법제이사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 개정안은 '정신질환자가 차별없이 치료 받아야 한다'는 고 임세원 교수의 유지를 받들기 위한 것"이라며 조목조목 오해를 해소하고자 설명했다.
그는 정신질환의 정의부터 비자의입원의 요건, 사법입원 등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환자들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임을 거듭 밝혔다.
최준호 법제이사는 "결국 국가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환자 당사자들과 더 많은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 권준욱 건강정책국장은 "기회가 닿는데로 의견을 듣고 취합하겠다"며 "일단 쟁점이 된 사법입원은 법원이 관련된 부분이 있어 법원의 입장을 확인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환자 당사자들이 쏟아낸 정신질환자의 치료환경 실태에 "잘 몰랐는데 뼈 아프다"며 "현상부터 제대로 파악해 심도깊은 논의를 이어가야 할 것으로 본다"고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또한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고려의대 윤석준 교수가 "정신질환자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전체 예산을 5% 늘려야한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예산 5% 인상이 중요한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때문에 얼마나 추가적인 예산이 필요한지 구체화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토론 좌장을 맡은 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이사장은 "결론적으로 현재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정부의 투자가 기본"며 "윤 교수가 언급했든 의료진과 환자가 힘을 합쳐 정부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고 임세원 교수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