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와 외과의 수련제도 변화로 입원전담의(호스피탈리스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수급 불균형이 여전해 대학병원들이 한숨을 쉬고 있다.
각 진료과목마다 채용 의지는 늘어나는 반면 이미 정원을 확보한 과목들도 이에 대한 유지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발을 구르고 있는 것.
A대형병원 보직자는 10일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도입 이후 단 한번도 수요에 따른 정원을 채워본 적이 없다"며 "유지라도 됐으면 좋겠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이번에도 두차례에 걸쳐 채용 공고를 냈지만 아직까지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2월 내에는 선발이 끝나야 하는데 걱정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는 비단 A병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상당수 대학병원들이 지난 연말부터 호스피탈리스트 구인 공고를 내고 있지만 공고 기간만 늘어날 뿐 별다른 소득을 얻은 곳은 많이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호스피탈리스트 구인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늘고 있는 반면 구직자들의 수는 가뭄에 콩 나듯 생겨나면서 수급 불균형이 크게 비틀려 있는 이유다.
특히 최근 내과와 외과의 수련제도가 4년에서 3년으로 줄어들면서 이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인력이 시급하다는 점도 이러한 불균형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B대형병원 외과 부장은 "아무래도 내외과 모두 3년제로 전환하면서 호스피탈리스트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 아니냐"며 "과거에는 일부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시범사업 성격으로 채용이 이뤄졌지만 지금은 각 병원마다 구인을 희망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가장 큰 문제는 이미 선발된 인력이 유지되고 수요에 따라 또 다시 채용이 이뤄져야 하는데 계속해서 인력 이탈이 있다는 것"이라며 "1+1이 아니라 1-1이 이뤄진 다음 2명을 채용하려니 더 어려움이 큰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대형병원은 시도라도 할 수 있지만 지방과 중소병원은 아예 이에 대한 엄두도 내지 못한 채 한숨만 내쉬고 있다.
대형병원도 채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 지방까지 오려 하겠냐는 사실상의 포기 선언이다.
지방에 위치한 C대학병원 부원장은 "지난해까지는 열정적으로 채용에 나섰지만 지금은 반 포기 상태"라며 "서울에 위치한 본원도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데 우리 병원에 오려 하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유관 학회에서는 현재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만큼 제도적 지원이 이뤄지면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수련제도 변화로 당분간은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곧 호스피탈리스트 트랙에 대한 공급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대한외과학회 관계자는 "현재 가장 큰 문제가 다른 의사직종과는 달리 호스피탈리스트는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일 자체는 만족하지만 2년차가 되고 3년차가 된다 해도 근무 조건 등이 변화하지 않는 것에 회의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학회 차원에서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찾고 있고 수련제도 변화에 맞춰 아예 수련과 채용 트랙을 새롭게 정리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수련제도도 그렇고 호스피탈리스트도 과도기에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이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 안정을 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