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광고 위반으로 처벌을 받았어도 환자 유인행위에 대한 혐의가 추가됐다면 같은 행위에 대한 재처벌이 가능하다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왔다.
범법 행위 자체는 하나라고 하더라도 입법의 목적이 다른 법률의 취지를 고려하면 병합이나 일사 부재리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대법원은 의료광고 위반으로 처벌받은 피고인들이 의료법 위반으로 또 다시 입건되자 일사부재리 원칙을 주장하며 제기한 상고심에서 이들의 요구를 모두 기각했다.
30일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피고인 3명이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병원 시술 상품을 판매하는 사이트를 운영하다가 적발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검찰은 이들을 배너의 구매 개수와 시술 후기를 허위로 게시한 정황을 적발해 표시 및 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기소했고 법원은 각 1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하지만 이후 검찰을 이들이 병원 시술 상품을 판매하면서 총 43개 병원에 환자 5만 173명을 소개하고 그 대가로 진료비 34억여원 중 수수료 6억여원을 받았다는 혐의(의료법 위반)를 적발해 재차 입건했다.
이에 대해 1심과 2심 재판부는 혐의를 모두 인정해 처벌을 주문했지만 피고인들은 이미 표시광고법으로 처벌을 받은 사건을 다시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일사 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상고를 제기했다.
결국 범죄 행위에 대한 처벌 여부 등이 아니라 과연 하나의 사건을 두개의 혐의로 기소할 수 있는가가 쟁점이 된 셈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병원 시술상품 광고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의료법 위반과 표시광고법 위반이 중복되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표시광고법은 거짓이나 과장 광고를 방지하는 목적이 있고 의료법 위반은 환자 유인행위를 금지하는 입법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에게 바른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표시광고법과 의료기관 사이에 불합리한 과당경쟁을 방지하고자 하는 의료법은 그 입법 목적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같은 행위에 대해 법률이 적용된다 해도 이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며 죄질을 판단하는데도 현저한 차이가 있다"며 "표시광고법 위반과 의료법 위반이 동일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며 마찬가지로 병합 성격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못박았다.
결국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판결이 의료법 위반까지 미치는 것이 아니므로 일사부재리 원칙을 위반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결론이다.
대법원은 "따라서 1, 2심 재판부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며 대법관 일치의 의견으로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