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 심각성 자각하는 계기됐다" 의쟁투 동력 확보 성공적 일각선 "회무는 누가 챙기나…무의미한 단식 중단해야" 지적도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이 단식투쟁 8일 만에 쓰러졌다. 단식투쟁을 했던 역대 의협 회장 중 최장 시간이다.
통상 수장이 단식을 선언하고, 쓰러지면 단식투쟁은 끝났다. 이번엔 달랐다. 상근부회장이 단식투쟁 바통을 이어받았고 의협 집행부 전원이 릴레이 단식투쟁에 돌입할 예정이다. 게다가 민초의사까지 합류하면서 투쟁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맹점은 출구전략이 없다는 것이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단식투쟁을 끝낼 것인지 혹은 다음 단계의 투쟁에 대한 로드맵은 공개되지 않았다.
"의협 내부 각성하는 계기로도 의미는 충분"
대내외적으로 의협의 단식투쟁은 내부 관심 고조, 투쟁 동력 끌어올리기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의료개혁'을 외치며 최대집 회장이 단식투쟁에 돌입했고 시도회장단부터 진료과 의사회, 의학회 등이 투쟁 지지 의사를 표명하며 관심이 확산됐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단식투쟁 중인 최대집 회장을 찾아 "단식투쟁을 통해 의협 결집력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면 의미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10일부터 이틀 동안 동반 단식 투쟁에 나선 최창수 전 노원구의사회장은 "현 의료제도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일선 회원들이 비로소 자각했다"라며 "모르고 있던 사람도 한 번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바뀐 분위기를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도의사회장 역시 "최대집 회장의 단식투쟁은 내부 결속을 다지고 단합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라고 귀띔했다.
의협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 박홍준 홍보위원장(서울시의사회장)은 이번 단식투쟁의 가장 큰 목표가 '내부 결속'이라고 확인했다.
박 위원장은 "의료계 수장이 단식투쟁을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종 목표는 투쟁 과정을 통해 의료계 의견이 하나로 결집하는 것"이라며 "단식투쟁이 단순 행사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단식투쟁이 끝났을 때 의료계가 새로워지는 동기를 만드는 걸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계 내부의 여러 가지 가치관이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라며 "이게 돼야지 국회나 정부에도 일관된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이지 않는 출구전략 "민생 챙겨야 할 때"
문제는 단식투쟁을 언제, 어떻게 종료하느냐 하는 출구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단은 '무기한' 단식투쟁이지만 마냥 단식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한 의사단체 임원은 "최대집 회장이 쓰러진 시점에 단식을 끝내야 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이사진까지 단식했다가 쓰러지면 회무는 누가 챙기나. 민생을 챙겨야 할 때다"라도 지적했다.
이어 "직원들도, 상임이사들도 지쳐있다. 복지부까지 다녀갈 사람은 모두 다녀갔는데 무기한 단식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의사단체 임원도 "단식투쟁에 대한 관심과 그에 따른 투쟁 분위기가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겠다"라며 "9~10월 총파업을 한다는 개괄적 로드맵만 나온 상황에서 남은 시간 동안 투쟁 불씨를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평의사회도 투쟁을 통해 쟁취하려는 명확한 비전을 밝혀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윤일규 의원 역시 이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내용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의원은 "단식을 말리고 치료를 해야 할 의사가 단식이라는 비폭력적 수단까지 동원하는 것을 국민들도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라며 "단식할 때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면 반응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