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2일부터 의료개혁을 외치며 단식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단식투쟁 8일째 되던 날 최대집 회장이 쓰러졌고, 방상혁 상근부회장이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의협 상임 이사진과 일선 회원들이 다양한 형태로 단식투쟁에 동참하고 있다. 분명 최대집 회장의 단식투쟁은 내부 결집, 내부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의학회와 진료과의사회, 국회, 시도의사회부터 시군구의사회까지 다양한 직역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여기서 우려스러운 점이 하나 있다. 출구전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적어도 최 회장이 단식투쟁에 들어갈 당시 '회장이 쓰러지면 릴레이 단식을 하겠다'라는 말만 있었어도 방 상근부회장이 단식투쟁을 이어나갈 때 '물음표'는 붙지 않았을 것이다.
단식투쟁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처음부터 외부로 공개되지 않은 데다, 단식투쟁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종료를 할지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보니 '전략이 있긴 한 것인가'라는 내부 비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투쟁 당사자는 투쟁에서 출구전략이 굳이 필요하냐고 묻는다. 하지만 주고받는 'give & take(기브 앤 테이크)'가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적어도 하나라도 얻으려면 출구 전략은 꼭 필요하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출구전략이라는 말은 군사전략에서 나온 용어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이 승산 없는 싸움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며 군대를 철수할 방안을 찾을 때 발이 묶인 미국이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군대를 철수할 방안을 모색할 때 나온 용어라고 한다. 이 말은 군사전략뿐만 아니라 경제,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의협은 정부와 국민을 향해 6개의 개혁안을 던졌다. 그럼 그 개혁안을 확인하고 추진해 나가야 할 정부와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의협이 요구하는 '의료개혁'을 해 나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존재라는 말이다.
정부는 이 개혁안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대화를 해보자고 했다. 복지부 차관이 단식투쟁 중인 최대집 회장을 직접 찾아 대화를 해나가자고 했다. 12일에는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의 주선으로 의협과 복지부가 다시 만났다. 이기일 국장도 대화를 하자고 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국고지원금 확대 같은 구체적인 항목에 대한 개선 가능성도 적극적으로 내비쳤다.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의협이다. 의협은 거듭된 대화 제안에도 단식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단식투쟁을 접는다고 투쟁의 불씨가 꺼지는 게 아니다. 내부 비판을 걱정해서는 안 된다. 보다 적극적으로 정부와 논의를 통해 단 하나라도 성과를 내야 한다.
어찌 됐든 최대집 회장은 단식투쟁 중 쓰러졌고, 이를 의협 임원들이 이어나가고 있다. 내부 결집 효과는 충분히 봤다.
단식투쟁 종료 시점을 감히 이야기해보자면 최대집 회장이 기력을 회복해 투쟁 현장을 복귀하는 그날이다. 투쟁 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음 플랜을 실천해야 한다. 중앙에서 강한 의지를 보였다면 시도의사회 차원에서 회원에게 중앙의 의지를 알려나가며 투쟁의 불씨를 이어가야 한다. 동시에 의협은 정부와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