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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 의무직 미달 이유는…3억원vs4500만원 연봉차

이창진
발행날짜: 2019-10-16 06:00:55

현장여야, 복지부 산하기관 국감서 의사 인건비 격차에 '헛웃음'
적십자사 도덕적 해이 감사원 감사 요청…윤일규 의원, 원외탕전실 '질타'

"적십자사 영주병원 의사 연봉 3억원과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의사 연봉 4500만원."

두 기관 모두 의사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의사 인건비 6배 이상 차이로 국회의원들조차 헛웃음을 짓게 한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의 의사 인건비 격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김세연)는 15일 보건산업진흥원(원장 권덕철)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원장 조인성), 대한적십자사(회장 박경서), 국가생명윤리정책원(원장 직무대리 김명희), 한국한의약진흥원(원장 이응세) 등 보건복지부 산하기관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국회는 15일 보건산업진흥원 등 복지부 산하기관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국정감사의 하이라이트는 적십자사 산하 병원과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의사 인력 부족 지적에 따른 원장들의 의사 인건비 발언이다.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은 2013년과 2015년 적십자사 혈액백 관련 녹십자 MS와 태창산업의 동일한 입찰가를 공개하면서 개선되지 않은 담합 의혹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적십자 본부 근무를 거쳐 3번 연임한 현 혈액관리본부장의 채용 문제점을 꼬집었다.

적십자사 박경서 회장은 "혈액관리본부장 공모를 했지만 안 온다"며 의사직 혈액관리본부장 채용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명명 의원은 "본부장의 처우가 열악한가 보니, 연봉이 1억 6천만원이다. 복지부장관 연봉이 1억 2천만원이다. 장관보다 더 높은 인건비"라며 반박했다.

이때 박경서 회장은 "적십자사 영주병원 의사 연봉은 3억원이나 (지금도) 찾고 있다. 지방 병원은 더 힘들다"고 질의 내용과 다른 답변을 내놨으며, 김명연 의원은 "적십자사 지방병원 의사와 혈액관리본부장은 직분이 다르다"고 질책했다.

문제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의 질의에서 시작됐다.

남인순 의원은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의 핵심 역할인 연명의료 관련,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은 급증하고 있으나 업무를 수행할 의료기관 윤리위원회 등록 기관은 3404곳 중 227곳(6.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명연 의원이 공개한 적십자사 혈액백 동일 입찰가.
남 의원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실무를 담당하는 정책원 내 연명의료관리센터 직원이 19명이며 전문가인 의사는 없다. 의사 채용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명희 원장 직무대리(의사)는 "적십자사 지방병원 의사 연봉을 들으니 연구원에 의사들이 왜 안 오는 지 이해간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의 의사직 연봉은 4500만원이다"라고 답했다.

답을 들은 남인순 의원은 낮은 의사 인건비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짓고 정책원의 의사 부족 질의를 중단했다.

같은 당 인재근 의원은 "국가생명연구원으로 출발한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이 연구 중심에서 업무 수행 복합기관으로 변모했다. 연구와 업무관리가 융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명희 원장 직무대리는 오후 업무보고를 통해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의 급여 수준과 대우가 열악해 전문직종이 거의 없다. 연명의료관리센터 19명 직원 중 의료인은 간호사 1명뿐이다. 사무총장인 제가 의사로서 센터장을 겸직하고 있으나 연명의료 업무 역할을 못하고 있다. 홍보 인력도 1명뿐이다. 국회에서 도와주면 감사하겠다"며 전문가 인력 필요성을 호소했다.

자유한국당 신상진 의원은 "업무보고를 들으니 국가지원이 너무 한심하다. 힘든 사회적 합의를 거쳐 웰다잉 문화가 조성 중인데 연명의료센터 전문가 인력도 홍보 인력도 한심한 수준의 지원에 불과하다"며 복지부의 안일한 기관 관리를 비판했다.

작년 국정감사와 마찬가지로 적십자사의 방만 운영과 도덕적 해이는 반복됐다.

여야 의원들은 적십자사 임직원 징계현황을 인용해 올해까지 반복된 성 비위와 공금횡령, 금품수수 등을 질타하면서 쇄신책을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신상진 의원은 "적십자사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성범죄와 음주운자 직원 대부분 견책이나 감봉에 그쳤다. 방만한 운영을 고쳐야 한다. 보건복지위원회 차원의 적십자사 감사원 감사를 요청한다"고 제언했다.

여야는 적십자사의 도덕적 해외와 방문 운영을 질타했다.
의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전문가답게 의료정책과 의료현장 괴리감을 지적했다.

윤일규 의원은 "병원 내 사망환자의 30%인 요양병원의 윤리위원회 설치는 3% 미만이다. 공용윤리위원회가 있지만 요양병원 위탁비가 200만원으로 부담돼서 활용 안하고 있다. 사망 앞둔 요양병원 노인환자가 대형병원으로 이동해야 하나"라면서 "연명의료 정책은 시행됐지만 현장에서 실행이 안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복지부 윤태호 공공보건정책관은 "시범사업을 통해 사전연명의료 지정기관 기준을 완화할 계획이며 수가 보전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한의약진흥재단의 허술한 원외탕전실 운영 실태를 비판했다.

윤일규 의원은 "한약의 과학화와 제도화를 위해 만든 한약 및 약침 원외탕전실 인증제 대상 99개소 중 실제 참여는 7개소에 불과하다. 더욱이 비규격 한약제 사용이 원칙이다. 약심 규정과 모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한방이 가야할 목적이 과학화라면 이 문제가 쟁점화 되선 안 된다. 한약 규격제품을 사용해야 과학화 아닌가. 의료기관 일 물리치료 건수도 제한하는데 원외탕전실 한약사 일 조제건수 기준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다그쳤다.

같은 당 남인순 의원도 "원외탕전실 한약제제 분석 결과를 보니 일부에서 중금속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첩약을 급여화하더라도 신뢰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이창준 한의약정책관은 "현재 한의료계와 협의체를 통해 논의 중에 있다. 개선방안을 마련해 보고하겠다"고 해명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 김명희 원장 직무대리는 의사 인건비가 4500만원이라며 전문가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복지부 차관 퇴임 후 지난 9월 보건산업진흥원 수장으로 첫 국정감사에 임한 권덕철 원장의 정무직 출신다운 노련함도 눈에 띄었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은 대형병원에서 국산 의료기기 기피 이유와 낮은 점유율을 지적하면서 문 대통령이 작년 의료기기 산업 육성 의지 표명의 공수표로 돌아갈 수 있다며 보건산업진흥원의 개선방안을 촉구했다.

권덕철 원장은 "지난해 의료기기지원법이 국회를 통과해 혁신 의료기기를 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국산 의료기기 활성화를 위해 의료진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 내년도 관련 예산 범부처 연구개발 포함 300억원을 확보한 상태"라면서 "국산 의료기기 사용 의료기관의 지원 예산과 인센티브 등 의료기기 개발과 의료현장 활용을 촉진시켜 나가겠다"고 명쾌한 답변을 내놨다.

여야 의원들은 전날(14일)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 국정감사 여파로 이날 오후 6시 보건산업진흥원 등 복지부 산하기관 국정감사를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