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시작 나흘 만에 10여곳 신청…목표한 400곳 참여 기대 개원의들 "참여 여부는 의사 개인의 선택, 회원 결정 통제 못해"
왕진 시범사업에 참여 의사를 보낸 의료기관이 수십 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의사협회는 대회원 메시지를 통해 왕진 시범사업 불참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실제 분위기는 달랐다.
메디칼타임즈가 왕진 시범사업에 참여하겠다고 신청한 의료기관 숫자를 파악한 결과 10여곳을 훌쩍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사업 참여기관 모집을 공표한지 약 4일이 지난 시점에 확인한 숫자임을 감안한다면 3일 현재 참여를 표시한 기관 숫자는 더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2일부터 오는 13일까지 20여일에 걸쳐 '일차의료 왕진수가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을 모집한다.
복지부는 왕진료 수가를 두 단계로 만든 상황. 하나는 왕진료에 별도 행위 산정이 안되는 11만5000원, 다른 하다는 왕진료 8만원에 추가적인 의료 행위 비용을 받을 수 있다.
현재는 의사가 환자를 직접 방문해서 진료하면 진찰료 정도만 받을 수 있는데, 정부가 별도의 수가를 따로 만들며 제도 활성화에 나선 것이다. 복지부는 왕진 시범사업에 최소 400곳 이상의 의원이 참여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공모 기간이라 구체적인 신청 의료기관 숫자를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제도에 대한 문의 전화를 꽤 많이 받고 있는 데다 신청 기간이 2주 정도 남았기 때문에 목표한 기관 숫자는 채울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진료과도 구분 없이, 운영 형태도 상관없이 의원급이면 모두 신청 가능하다"고 말했다.
의협은 수가가 공개되자 즉각 반발하며 성명서를 발표하고 제도에 '불참'을 선언한 상황이다. 동시에 산하 의사단체에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말라며 불참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의협은 공문을 통해 "왕진수가가 매우 낮다"며 "국민 건강권과 의료인에 대한 충분한 보상보다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경제적 목적에 부합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 건강권에 대한 배려가 없고 의료인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없기 때문에 왕진 수가 시범사업 참여 자제 안내를 요청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의협의 움직임이 무색하게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의료기관 숫자가 늘고 있는 것. 의협의 호소가 사실상 통하지 않은 것이다.
왕진 시범사업 신청 시점을 보고 있다는 서울 P의원 원장은 "의협의 선언은 정책 대응 일환일 뿐"이라며 "시범사업 참여는 시장 논리에 따른 의사 개개인의 선택"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왕진 수가는 처음 복지부가 설정했던 11만6000원 보다도 더 낮아졌다"며 "아쉽고 기가 막히지만 없던 수가가 생겼다는 데 의미를 두려고 한다. 정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들이 의료 현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울 C내과 원장도 "의협이 정부 주도 사업 불참 요청 협조 공문을 발송한 게 이번 한 번이 아니다. 공문을 통해 안내만 할 뿐 회원을 하나하나 통제할 수 없다"라면서도 "정부 기관뿐만 아니라 회원도 의협 패싱을 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도 만들어지고 과정도 이미 진행 중"이라며 "의협의 정책 대응방향은 그렇게 정해졌지만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는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