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지조(共命之鳥), 한 생명을 가진 두머리 새 즉, 목숨을 공유하는 새를 일컫는 것으로 상대를 죽이면 결국 함께 죽는다는 의미다. 의료계 또한 지난 한해를 반영하는 사자성어다."
대한병원협회 임영진 회장은 2020년을 맞이해 와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지난 한해를 이같이 정리하며 경신년 새해를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시작하자는 각오를 다졌다.
서로 반목하고 대립하기 보다는 양보하고 대화를 하다보면 의료계 난제를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게 생각에서다.
지난 2019년 병원계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안, 진료보조인력 업무범위 논의, PA심초음파 검사 압수수색, 손보사와 의료기관간 잇딴 의료분쟁, 의료인 폭행 등 굵직한 이슈가 끊이질 않았다. 임 회장은 지난해 병원계 상태를 풍전등화라고 표현했다.
그중에서도 임 회장은 의료인력난을 최대 난제로 꼽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병원계가 주력해야할 과제이자 정부도 적극 나서야하는 사안이라고 봤다. 그는 첫째도 둘째도 의료인력난을 걱정을 했다.
"일선 병원의 의료인력은 점점 어려운데 정부는 밀어부치기만 하니 대안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지난해 병원협회 역사상 최초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기에 이르지 않았나."
그만큼 병원계는 의사, 간호사 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의료현장은 당장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인데 복지부의 대책은 속도를 내지 않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방 병원들은 간호사가 없어 병동을 줄여야하고 의사가 부족한 병원은 무의촌 상태다. 또 대학병원도 전공의법으로 주니어 스텝을 늘려야하는데 인력이 부족해 의료공백을 채우지 못해 방치상태다. 눈치보고 점잖빼고 있을 수가 없다. 복지부가 결자해지를 해줘야하는데 타이밍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임 회장은 의료계 내부에서 의사 인력을 늘려야한다는 것에 반대하는 여론을 두고도 한마디했다.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 빠르면 3년, 늦어도 5년후면 의료인력 수급 문제로 한국의료는 후퇴할 것이고,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는 의료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의료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의사인력 확대를 언급할 때마다 죄짓는 것처럼 의식해야하는 상황이다. 이는 국가에서 해야하는 일이라고 본다. 연구를 통해 의료인력이 남을 지, 부족할 지 연구부터 해야한다."
또한 그는 병원협회 수장으로서 병원계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의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에 대해서는 발표 전에 병원계와 소통을 했음에도 그와 무관한 내용을 담은 방안을 발표했다는 점에 대해서 섭섭함을 드러냈다.
그는 상급종합병원 환자쏠림은 반대하지만 환자가 안가는 문제를 의사, 병원에 패널티를 주는 것은 곤란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간호사의 심초음파 검사와 관련해서는 복지부에 역할을 돌리기도 했다. 이는 카운터파트너가 있는 부분이라 묘수를 찾기 어려운 부분으로 결국은 정부가 나서줘야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임영진 회장은 2020년 흰 쥐띠해를 맞아 병원계에 밝은 미래를 바람했다.
"과거는 역사이고 현재는 선물이며 미래는 미스테리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저 멀리 빛을 향해 가야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