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약제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증상 악화 주장 일부 연구서 잠시 언급…프랑스 장관 발언 부채질
전 세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유례없는 대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치료제 효과와 안전성 논란이 에이즈 치료제와 말라리아약에 이어 해열진통제로 번지고 있다.
코로나19의 대표적 증상이 발열이라는 점과 확진까지 시간이 걸려 초기에 해열진통제 복용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과연 어느 약제가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있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것.
하지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부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관련 연구 없이는 부화뇌동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17일 의학계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바로 코로나19로 인한 질환 초기에 복용이 불가피한 해열진통제의 효과에 대한 정보들이 확산되면서 불거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판데믹(대유행)을 선언할 정도로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하면서 가장 대표적인 증상인 발열을 잡기 위한 상비약에 대한 관심과 정보들 또한 공포를 타고 큰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도 자가 격리에 대비하기 위한 필수 물품으로 일부 해열진통제 제품이 거론되면서 특정 약품이 품귀현상까지 빚어지기도 했다.
그 가운데서 가장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바로 해열진통제 베스트셀러 삼총사인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과 아스피린, 이부프로펜의 효과와 부작용들이다.
일반인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일반약이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포를 타고 정보에 살이 붙여지고 가공되면서 끊임없이 정보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이유다.
그 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약물은 바로 이부프로펜이다. 현재 이브프로펜은 코로나19의 증상을 악화할 수 있다는 정보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까지 더해지면서 사실상 금기 약물로 거론되는 수준까지 왔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근거는 무엇일까. 현재로서는 일부에서 그 근거들을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근거는 지난 11일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란셋(LANCET)지에 실린 논문이다(doi.org/10.1016/S0140-6736(20)30566-3).
이 연구는 고혈압 약제의 위험성에 대한 내용이 주다. 사스(Sars) 등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이 인체에 확산될때 ACE 단백질이 과다 발현되는 것이 주된 원인인데 일부 약제가 이러한 기전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내용.
그러면서 연구진은 이부프로펜 또한 유사한 부작용을 낼 수 있다고 가능성을 언급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발열 증상 완화를 위해 이부프로펜을 처방할 경우 ACE단백질 과다 발현으로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처방에 주의하라는 당부다.
이러한 연구는 이부프로펜의 부작용 이슈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며 사실상 금기 약물로 꼽히는 이유가 되고 있다. 단지 가능성만을 언급했지만 이부프로펜이 코로나19를 악화시킨다는 것이 완연한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프랑스의 올리비에 베랑 보건부 장관이 지난 1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러한 논란에 더욱 부채질을 했다.
당시 올리비에 베랑 장관은 이부프로펜이 코로나19을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혹여 발열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을 복용하라고 권고했다.
이렇듯 해열진통제의 효과와 부작용 이슈가 전 세계를 덮자 국내 전문가들 일부도 이러한 소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중이다. 특히 일부에서는 이부프로펜 이슈에 아스피린까지 더해 사실상 아세트아미노펜 복용만이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가공되기도 한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이러한 논란에 우려를 표하며 무분별한 확대 재생산은 소모적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가능성만으로 처방과 복용에 제한을 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한감염학회 임원을 맡고 있는 A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관련 내용을 SNS에서 접하기는 했지만 학계에서 아직 논의된바 없다는 점에서 학회의 공식 의견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지금 공유되는 내용들을 보면 억측에 가까운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사실 언급되는 해열진통제들은 수십년간 안전성을 확보한 약물로 전문의약품도 아닌 일반의약품 아니냐"며 "그 정도의 효과나 부작용이 나온다면 일반의약품으로 분류조차 안됐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다른 전문가들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유사한 의견을 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심 증상이 있을때 곧바로 조치를 취하는 것이지만 막연한 공포로 당장의 차선책인 해열진통제 복용을 꺼리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감염학회 임원인 B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 의학적 근거가 없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얘기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지 막역한 두려움에 단순 발열 증상을 무작정 참거나 특정 약물을 사재기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조만간 간략하나마 이에 대한 연구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예단할 수는 없지만 현재 공유되고 있는 정도로 심각한 부작용 등이 나타날 가능성은 적지 않나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