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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표준 치료법 한계…"초기부터 스테로이드 써야"

발행날짜: 2020-08-04 06:00:56

이경일 가톨릭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 PHS 가설 제시
"바이러스, 조직 손상 직접 원인 아냐…면역반응 초기 대응해야"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해 중증폐렴 및 급성호흡기증후군(ARDS) 환자에서만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현재 가이드라인을 정면 반박하는 의견이 제시됐다.

코로나19에서 보이는 사이토카인 폭풍과 같은 면역학적 현상들이 바이러스 부산물에 반응하는 이차적 면역반응으로 해석할 수 있는 만큼 초기 환자에 대해 스테로이드 치료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경일 가톨릭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대한의사협회지(JKMA)에 게재한 '코로나19에서의 수수께끼 풀기: 단백-항상성계 가설' 연구 논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doi.org/10.5124/jkma.2020.63.7.366).

코로나 초기부터 스테로이드를 써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많은 연구자들이 COVID-19의 병리기전을 현재의 면역학적 개념, 즉 바이러스 자체가 폐렴 및 다른 장기의 손상을 일으키는 것을 기반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임상적, 병리적 현상 등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바이러스 감염이 고사이토카인증 또는 사이토카인 폭풍을 유도해 목표 세포의 손상 및 다장기 부전을 가져온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그 명확한 기전은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 특히 인플루엔자나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의 동물실험에서 병원체 접종 후 2-3일 이내 초기 폐병변에 T세포가 광범위하게 침착되며, 바이러스가 제거된 후에도 폐렴이 지속된다는 점은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

이 교수는 면역학적 개념에서 해석하기 어려운 부분을 새로운 면역학적 개념인 단백-항상성계(protein-homeostasis-system, PHS) 가설을 통해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다. PHS 가설은 생명체는 물질로 이뤄진 하나의 계를 형성, 생체 내 모든 현상은 서로 연결된 PHS에 의해 조절되고 항상성을 유지한다는 이론이다. 인간의 모든 질환은 각각의 원인물질들이 있으며 포유동물의 면역세포와 면역단백들은 세포에 해가 되는 원인물질들을 크기 및 생화학적 특성에 따라 조절한다.

기존의 면역학적 개념으로는 코로나19 감염자에게 항바이러스제 및 항말라리아제 등의 치료제를 투약해도 왜 뚜렷한 효과가 관찰되지 않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PHS 이론은 바이러스 자체가 장기세포 손상의 직접 원인물질이 아니며 면역계가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부산물에 반응한다고 해석, 새로운 치료 접근법을 제시한다.

이 교수는 "하나의 바이러스입자가 생성되는 과정에서 1천~1만배의 바이러스 유래 부산물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믿어진다"며 "이러한 정밀하고 복잡한 바이러스 증식과정이 바이러스 유전체에 기록된 명령에 의해 수행되는지, 혹은 바이러스와 숙주 세포 사이의 공생적 도움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사스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일부 중증 폐렴 및 급성호흡기곤란증(ARDS) 환자에서, 증상이 나타난 1~2일 안에 심한 T세포감소증 및 고사이토카인혈증과 함께 폐렴 병변이 광범위하게 나타난다"며 "중증 바이러스 감염에서 사이토카인 폭풍에 관여하는 면역학적 지표들은 경증의 지표들과 사이토카인 값에만 차이가 있을뿐 거의 동일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감염병에서 항병원체 면역글로불린 G 항체가 중요한 예방 지표로 간주되고 있으나, 두 차례의 홍역-볼거리-루벨라 백신을 투여 받은 경우에도 홍역이나 볼거리에 감염되며, 증상이 나타날 시 면역글로불린 G 양성을 보인다.

이는 항체와 함께 다른 면역물질들이 질병의 예방 및 임상증상을 경감시키는데 관여함을 시사한다.

이 교수는 "면역계가 자기와 비자기를 구별한다는 패러다임은 변화하고 있으며, 외부 병원체유래 물질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세포유래 물질들에 대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며 "실제로 임상적으로, 폐렴 및 ARDS가 감염과는 관련이 없는 흉곽 외상, 위액 흡인, 다장기 외상, 급성췌장염, 화상 등에서도 면역반응이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인군의 기저 질환들 또한 면역세포들이 조절하고 있으므로, 일차 면역학적 기전 및 손상된 폐세포에서 나온 물질들이 일으키는 이차적 면역반응 때문에 동원할 수 있는 면역세포가 부족해 진다"며 "또는 기저질환을 조절하고 있는 면역세포들이 새로 발생한 폐병변 등으로 이동해 기저질환의 악화로 사망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의 사망률이 2009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달리 기저질환을 갖는 노인층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 타미플루와 같은 항바이러스제가 폐렴의 발생이나 진행을 막지 못한다는 점을 이같은 면역계-바이러스 부산물의 이차반응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

이 교수는 "인플루엔자 중증 폐렴환자의 광범위한 폐렴 병변이 스테로이드 또는 정맥용 면역글로불린의 투여로 24시간 안에 소실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폐렴에서도 초기의 이상 면역반응을 억제할 경우 질병의 경과를 늦추거나 예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모든 화재에서 초기의 작은 불의 진화가 필요하듯, 모든 급성 질병에서도 진행을 막는 조기 치료가 절대적 요소"라며 "중증 폐렴 및 ARDS 환자에서만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고, 중증으로 진행 가능성이 있는 초기 환자에 대해 스테로이드 치료를 금기시하는 가이드라인은 이 질환의 면역학적 기전을 이해하지 못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는 바이러스 자체가 장기 손상의 직접 원인이 아니므로, 항바이러스제 및 항말라리아제 등은 중증 증상 개선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추론된다"며 "초기 증상에 따른 선제적 스테로이드 치료는 큰 부작용 없이 입원기간을 줄이고 중환자실로의 전실 감소, 기저질환 고령자의 사망률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