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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끝났다 향후 5년 안에 판막 수술 세대 교체"

발행날짜: 2020-08-24 05:45:50

박승정 울산의대 교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교수, 진료 지침 변경 전망
"TAVI 등 효과와 안전성 내·외과 시각 접고 데이터만 봐야"

"게임은 이미 끝났습니다. 향후 5년 안에 판막 수술의 패러다임이 바뀔겁니다. 스텐트도 그렇고 TAVI도 마찬가지로 데이터만 보면 가야할 길이 분명해요. 내과와 외과의 시각차는 접어둬야죠."

국내 심장학의 대부로 꼽히는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교수는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심혈관 중재술(인터벤션)의 미래를 이같이 전망했다.

이미 심장 스텐트가 관상동맥 질환의 표준 치료가 됐듯 대동맥 판막 협착증 등도 빠르게 수술에서 시술로 그 경향이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대동맥 판막 협착증 이미 TAVI로 흐름 굳어졌다"

현재 대동맥 판막 협착증 치료는 대동맥판막 치환술(Surgical Aortic Valve Replacement, SAVR) 등 수술적 요법과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 TAVI)등 시술적 요법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

박 교수는 의학적 근거들이 TAVI로의 변화를 명확하게 가리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SAVR이 사실상 유일한 치료법으로 꼽혔지만 최근 미국과 유럽을 필두로 우리나라도 TAVI가 빠르게 이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랜 역사를 통해 안정적으로 발전한 SAVR에 비해 TAVI의 효과와 안전성이 확실한지를 놓고 일어나는 갈등이다.

스텐트 시술이 자리잡는데 있어서 가장 큰 허들이었던 심장내과와 흉부외과간의 영역 다툼이 또 한번 재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박 교수의 의견은 분명했다. 특히 그는 "게임은 끝났다"라는 단적인 표현으로 이러한 논란을 일축했다.

박승정 교수는 "TAVI는 심장 질환 치료에 있어 스텐트와 함께 세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위대한 진보"라며 "10년 전이라면 망설였겠지만 지금은 확고하게 TAVI가 수술보다 우수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학자는 데이터를 보고 우수성을 이야기해야 한다"며 "이미 모든 데이터가 TAVI가 더 우수하다고 가리키고 있는데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제시하는 데이터는 TAVI에 대한 대규모 임상 연구들이다. 이 중에서도 그는 PARTNER로 명명된 랜드마크 임상시험을 주목한다. 수술적 요법인 SAVR과 효과와 안전성을 직접 비교한 연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장 최근에 NEJM을 통해 발표된 무작위 대조 임상 시험인 PARTNER3를 보면 수술과 시술의 차이는 극명하게 나타난다.

TAVI가 SAVR에 비해 시술 1년 후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을 59% 줄였으며 뇌졸중 발생률을 62% 줄인 것은 물론 재입원율도 35%까지 낮췄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이러한 명확한 데이터를 보고 수술이 우수하냐 시술이 우수하냐를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이미 PARTNER 임상 등을 통해 적응증과 효과에 대한 부분은 게임이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5년 이내 가이드라인 바뀔 것…장기 안전성 관건

이러한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박승정 교수는 앞으로 5년 이내에 대동맥 판막 협착증의 표준 치료가 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치료 가이드라인이 뒤바뀔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향후 5년 안에 판막 수술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면 이 5년의 시간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는 외과계를 설득할 시간이라고 답했다. 이미 나와 있는 결과를 통해 가이드라인 변경 등을 논의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박승정 교수는 "지금 나와 있는 근거들을 보면 대동맥 판막 협착증 환자의 97%를 TAVI로 커버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개인적 의견이지만 2025년 경에는 무조건 TAVI를 먼저 고려하는 방향으로 치료 방향이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가이드라인이 변하는데 까지 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은 외과 의사들을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며 "스텐트도 처음에 논란이 많았지만 20년만에 표준 치료가 된 것처럼 근거가 더 확실한 TAVI는 5년이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과제들은 남아 있다. 일단 TAVI가 도입된지 1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장기 안전성에 대한 공격은 이어지고 있다.

일명 기계 판막과 조직 판막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다. 현재 많은 외과 의사들이 조직 판막의 장기 안전성에 대해 지적하며 기계 판막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박 교수의 입장은 명확했다. 이미 트렌드가 조직 판막으로 옮겨왔으며 완전히 변화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다.

박 교수는 "현재 외과에서 제기하는 이슈가 장기 안전성 즉 기계 판막이냐 조직 판막이냐 하는 부분"이라며 "하지만 이미 트렌드는 조직 판막쪽으로 옮겨왔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이미 의학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삶의 질을 논하는 단계까지 와 있다"며 "어느 환자가 평생 항응고제를 먹으며 출혈과 혈전 사이를 줄타기해야 하는 기계 판막을 원하겠느냐"고 못박았다.

따라서 그는 지속되는 임상시험 데이터들을 통해 우리나라도 TAVI의 확대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와 환자만 본다면 어려운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박승정 교수는 "수술과 시술 중 어느 것이 결과가 뻔히 좋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개흉을 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라며 "이미 미국 등에서는 TAVI 시술 연령이 크게 내려가며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조만간 외과에서 주장하는 장기 안전성에 대한 부분도 자연스럽게 데이터가 제시될 것"이라며 "물론 나도 내과 의사이지만 이 문제는 내외과가 아닌 환자와 데이터만 보고 선택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