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불법 심초음파 검사를 두고 주먹구구식 처분으로 일선 의료현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검·경찰이 전국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심초음파 불법 행위에 대한 집중적인 수사가 진행된 것과 관련 처분이 따로 놀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에 위치한 A종합병원은 간호사에 의한 심초음파 행위를 두고 5년치 환수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경찰이 A종합병원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로 송치한지 불과 3개월 지난 시점이라는 점. 검찰 처분을 받기도 전에 해당 건보공단은 환수처분을 내렸다.
A종합병원은 "검찰 처분을 받기도 전에 환수 처분은 수용할 수 없다"며 즉각 환수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지난해 11월,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포항에 위치한 종합병원 2곳의 경우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해당 간호사의 의료행위는 엄연한 의료법 위반사항이라고 판단해 기소의견으로 봤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던 셈이다.
또한 청주의 H종합병원의 경우 해당 사건을 유죄로 판단, 벌금형 처분을 받았다.
앞서 2018년 1월, 청주 흥덕보건소는 청주에 위치한 H종합병원을 상대로 4837만원 과징금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해당 보건소는 당초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해당 병원이 입원·응급환자 치료 등의 이유로 업무정지 대신 과징금 처분을 받은 것.
이 사건을 두고 청주지방법원은 의료법 위반으로 판단해 벌금형을 물었다. 해당 병원과 이사장에게는 각각 1000만원, 1500만원을 심초음파 검사를 실시한 간호사는 700만원 벌금형에 처했다.
이처럼 간호사의 심초음파 행위를 두고 환수처분부터 불기소 처분, 벌금형 등 사뭇 다른 결과로 이어지면서 의료현장은 혼란 그자체다.
대한방사선사협회 조영기 회장은 "유죄 판결을 받은 청주 H병원은 항소도 하지 않았다. 결국 유죄를 인정한 셈"이라며 "앞서 법원의 판례가 있는데 최근 포항 지역에서 검사가 불기소처분한 것은 재량권 남용 아니냐"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일선 병원 한 의료진은 "최근 불기소 처분 사례는 자칫 간호사에게 심초음파 의료행위를 인정하는 꼴이 될 소지가 있어 위험하다"면서 "특히 심초음파 급여화 과정에서 의사, 방사선사 이외 간호사 등으로 확대된다면 면허체계에 혼란이 확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배준익 변호사는 "최근 사법부의 판단이 중구난방으로 이뤄지는 게 사실"이라며 "간호사의 심초음파 행위 건과 관련해 대검찰청 차원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는데 방치되는 사이 제각각 처분이 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청주 H병원 사례는 2018년도 논란이 된 사건으로 지난해 대규모 수사를 진행한 것과는 별개로 봐야하는게 맞다"면서 "최근 포항 지역의 불기소 처분과 환수 처분 등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