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수련 차질로 인해 전문의 시험 일정이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어 이를 주관하는 대한의학회와 전문과목 학회는 물론 전공의들까지 발을 구르고 있다.
코로나로 수련에 타격을 입은 전공의를 어디까지 구제할지를 두고 각 전문과목 학회들은 물론 복지부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시험 일정이 표류하고 있는 것. 이로 인해 일정에 큰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의 자격 시험 지속 지연…코로나 피해 전공의 구제 관건
8일 대한의학회 등에 따르면 제64차 전문의 자격 시험 일정이 세차례 연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확정되지 못한 채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올해 전문의 자격시험은 지난 10월 27일로 예정돼 있었다는 점에서 예정대로 진행이 됐다면 10월 27일부터 자격시험 원서를 받고 1월 28일에 1차 시험, 2월 5일에 2차 시험을 시행해 2월 18일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이렇게 되면 적어도 2월말까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것은 물론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예년과 같이 전임의 선발 등의 일정에 맞출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코로나 2차 대유행에 이어지고 장기화가 가시화되면서 이러한 일정은 계속해서 미뤄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대한의학회는 이러한 일정을 감안해 전문의 자격시험 일정을 일단 두주일 연기한 11월 10일로 한차례 연기했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문제는 또 다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인해 제대로 수련을 받지 못한 전공의들이 속출하면서 무더기 낙제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미 이러한 상황을 예견해 26개 전문과목 학회 수련이사들이 모여 필수 수련 기준을 대폭 조정했지만 이 정도로도 구제가 쉽지 않았던 것.
실제로 대한의학회와 전문과목 학회들은 상임이사회 등을 통해 수련평가 항목과 학술 활동 등의 기준을 30% 이상 축소하며 이들 전공의들을 구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왔다.
코로나라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수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만큼 이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시적으로 평가 기준 자체를 완화한 것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낙제를 면하기 힘든 전공의들이 나오면서 서둘러 이를 다시 조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현재 전문의 자격은 보건복지부의 업무를 대한의학회가 위탁받고 이를 전문과목 학회들이 재위탁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결국 수련 평가 기준에 맞춰 전문의 자격시험을 진행하는데는 아무리 불가피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복지부의 승인과 더불어 고시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차례 전문의 시험 응시자격 기준을 낮추는 것까지는 행정 처리가 완료됐지만 전문의 시험 일정이 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각 학회별로 전공의 구제를 위해 더욱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재차 제기되면서 겉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전문과목별 의견 분분…네차례 연기에도 일정 안개속
이에 따라 대한의학회는 한차례 연기된 전문의 자격시험 일정을 재차 11월 20일로 연기하고 복지부와 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의학회별 의견과 서류를 취합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11월 20일에만 원서 접수가 이뤄져도 일정이 매우 빠듯해질 뿐 당초 시험 일정 등을 맞출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또 터져나왔다. 정해진 날짜까지 각 학회별로 의견과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전문과목별, 학회별로는 물론 학회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면서 공통된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A학회 수련이사는 "막바지까지 학회 내에서도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것이 사실"이라며 "어떻게든 전공의들의 피해가 없도록 기준을 최대한 낮춰 잡자는 의견과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전공의들을 그냥 자격증만 줘서 내보내겠다는 것이냐는 반발이 맞선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특히 일부에서는 다른 전문과목 전공의들과의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하면서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이었다"며 "결국 안을 만들어 제출하기는 했지만 당분간은 시끄러울 수 밖에 없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의학회는 일단 12월 1일로 일정을 재종하고 보건복지부에 코로나에 따른 한시적 행정조치 기준을 확정해 달라며 적극행정 지원위원회 심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문제는 또 다시 발생했다. 이 일정에 맞춰 보건복지부와 대한의학회, 26개 전문과목 학회들이 협의에 들어갔지만 이 안에서도 이견이 나오면서 불발된 이유다.
결국 예정됐던 1일까지도 일부 전문과목 학회가 방향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복지부는 적극행정위원회 심사를 신청하지도 못했고 전문의 자격시험 일정도 또 다시 연기됐다. 세차례의 연기 끝에도 결국 일정조차 잡지 못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의학회는 각 전문과목 학회에 이같은 상황을 알리고 일부 전문과목 학회들이 협의를 끝내는 즉시 승인 절차에 들어가 오는 8일부터 원서 접수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전달했다.
하지만 예정된 원서 접수일인 8일 현재 아직도 전문의 자격시험에 대한 승인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네번째 연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전문의 시험 일정까지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B학회 이사장은 "12월 중순이 다 됐는데 전문의 시험 일정조차 나오지 않은 경우는 초유의 사태 같다"며 "거기다 계속해서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다보니 학회는 물론 전공의들의 혼란도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금 상황이라면 전문의 시험 일정 등 이후 일정까지 모조리 연기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아예 일정조차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니 모두가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학회는 늦어도 다음주 안에는 행정 절차를 끝내고 전문의 자격시험 계획을 공고하겠다는 방침이다.
의학회는 "코로나로 인해 연차별 수련과정을 충족하지 못하는 전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부와 의학회, 전문과목 학회가 논의를 거듭해 기준을 새롭게 만들고 적극행정 지원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적어도 오는 18일 안에는 심사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심사 및 승인이 완료되는 대로 전문의 자격시험 계획을 공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