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나 MRI 등 대형 의료기기를 기반으로 세계 의료기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공룡 기업들이 잇따라 의료 인공지능(AI) 분야로 눈길을 돌리고 있어 주목된다.
수조원대 자금을 투입해 인수합병을 진행하고 자체 고도화 작업을 추진하며 인공지능 분야 진출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것. AI를 탑재한 차세대 시스템에 대한 전면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28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흔히 빅3, 빅4로 불리는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이 인수합병과 고도화 작업을 통해 인공지능 분야에 발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역시 인수합병이다. 상대적으로 자금이 넉넉한 만큼 인수합병을 통해 기반 기술과 데이터를 흡수한 뒤 이를 고도화하는 전략을 세운 셈이다.
올해 초 웨어러블 심장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AI 분석 진단 기업인 바이오텔레메트리를 28억 달러(한화 약 3조원)에 인수한 필립스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를 기반으로 필립스는 인공지능 기반 원격 심장 진단 및 모니터링 시스템의 고도화를 진행중이다. 향후 자사의 제품에 이를 이식하기 위한 작업이다.
이외에도 필립스는 자사가 개발한 AI 시스템인 워크플로우에 대한 고도화 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미 필립스 제품에 장착되고 있는 제품을 2.0 버전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
메드트로닉 또한 인수합병을 통해 인공지능 시스템을 한번에 거머쥐었다. 인수 또한 필립스와 비슷한 시기에 이뤄졌다.
메드트로닉이 인수한 기업은 세계 1위 척추 기반 기업인 메드크레아. 이를 통해 메드트로닉은 메드크레아가 가지고 있던 5000개 이상의 수술 사례와 영상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메드트로닉은 딥러닝 과정을 거치며 로봇공학과 네비게이션, 영상 및 수술 전 계획을 지원하는 척추 AI 기술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GE헬스케어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GE헬스케어는 지난해 딥 실리콘 디텍터(Deep Silicon Detector) 원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인 프리즈마틱 센서를 인수해 인공지능을 갖춘 포톤 카운팅 CT(Photon counting CT)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톤 카운팅 CT란 현재 인체를 투과한 결과값을 일련의 CT값으로 대입해 형상화하는 현재 CT 방식과 달리 인체를 투과하는 광자를 이름과 같이 원본 그대로 영상화 시키는 기술로 꿈의 CT로 불리고 있다.
이외에도 GE헬스케어는 아예 에디슨 마켓 플레이스라는 공간을 마련해 GE헬스케어 기기와 호환되는 다양한 AI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GE헬스케어 기기를 구입하는 대신 각 의료기관에 필요한 AI 솔루션을 취사 선택해서 패키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인 셈이다.
캐논메디칼 역시 의료 AI 기반의 워크 플로우 시스템을 통해 빅3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이 역시 딥러닝을 활용한 지능형 이미징 시스템.
이에 따라 캐논은 북미영상의학회 등에서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엔진인 'AiCE(Advanced Intelligent Clear-IQ Engine)'를 접목한 실제 임상 사례를 소개하며 새롭게 내놓은 AI-CT의 이미지 품질과 재구성 성능을 알리는 중이다.
이렇듯 의료기기 공룡 기업들이 인수합병과 고도화를 통해 인공지능 분야에 박차를 가하면서 국내 스타트업들도 기회를 얻고 있다.
의료 인공지능 기업인 루닛이 대표적인 경우. 루닛은 지난달 필립스에 루닛 인사이트 CXR을 탑재하는 것을 골자로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또한 이에 앞서 GE헬스케어 및 후지필름도 마찬가지로 루닛의 AI 기술을 자사의 제품에 탑재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AI 기술이 이들 기업들의 제품에 장착돼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갈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뷰노 또한 마찬가지. 뷰도도 필립스와 업무 협약을 맺고 AI 고도화 작업을 진행중에 있으며 이미 암 진단 바이오마커를 정량화 하는 기술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중이다.
특히 필립스코리아는 아예 뷰노, 루닛 모두가 모인 자리를 만들어 한국형 AI 개발까지 천명한 상태다.
필립스코리아 김동희 대표이사는 "필립스코리아가 국내 의료 인공지능 개발 기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기반을 제공할 것"이라며 "나아가 이들이 세계 AI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필립스의 선진 기술력과 노하우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