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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원제 사실상 '백지화'…만관제 내년 본사업 전환

이창진
발행날짜: 2021-05-26 05:45:57

복지부, 의료전달체계 TF 마무리…상급종합병원→중증종합병원 '변경'
중소 병의원 지원책 미비, 현장 실효성 우려 "6월 중 최종방안 발표"

보건당국이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으로 검토한 질환별, 진료과별 전문의원 지정 제도가 사실상 백지화됐다.

고혈압과 당뇨병에서 질환 확대를 전제한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제가 내년부터 본 사업으로 전환된다.

25일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보건복지부는 지난 21일 서울 모처에서 의료전달체계 개선 TF 마지막 회의를 열고 그동안 논의된 세부 모형을 일단락 했다.

복지부는 최근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 주재로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 TF 최종 회의를 가졌다. 지난 2월 보건의료발전협의체 회의 모습.
비공개로 열린 최종 회의는 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 주재로 의료단체와 이용자단체,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이번 개선방안은 지난 2019년 하반기 발표한 의료전달체계 단기대책의 후속 조치로 오는 6월 중 확정 공표할 예정이다.

지난 2월 개선방안과 가장 큰 차이점은 전문의원 제도 전면 수정이다.

복지부는 당초 일차의료 활성화 차원에서 기존 의원급과 별도 기준에 따른 질환별, 진료과별 전문의원 표방 허용을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에 담았다.

지난 2월 25일자 메디칼타임즈 보도(동네의원 앞으로 ‘일반의원’과 ‘전문의원’으로 나뉜다) 이후 개원가와 중소병원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의사협회는 전문의가 80% 이상인 동네의원 간 반목과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복지부에 전달했고, 병원협회는 전문병원과 혼선 야기 등을 제기하며 용어 변경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는 의료단체 의견을 수용해 전문의원 지정 제도를 사실상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의원급 특정과목 활성화를 위한 별도 연구용역을 통해 일차의료 특화 방안을 중장기 과제로 제시했다.

현 의원급 대상 만성질환관리제도 시범사업이 내년부터 본 사업으로 전환된다. 의원급 자율 참여에 기반한 제도화이다.

고혈압과 당뇨병에 국한된 질환을 확대한 일차의료 모델과 성과연동 보상구조 등을 연내 마련해 만성질환 환자의 동네의원 유인책을 작동시킬 예정이다.

상급종합병원 환자쏠림 대책은 지난 2월 논의된 중증 진료 시범사업과 심층진찰료 확대, 장기처방 제한, 외래 감축 인센티브, 중증 환자 진료비율 상향 조정 등으로 굳어지는 형국이다.

특이점은 상급종합병원 명칭 변경이다.

지난 2019년 중장기 방안에 입각해 의료법 개정을 통해 상급종합병원 명칭을 '중증종합병원'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연내 추진하기로 했다.

허리역할인 전문병원 지정 확대와 의료질평가지원금 개선. 지역책임병원 지정, 재활의료기관 확충 그리고 우수 요양병원 인센티브 부여 등은 원안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밖에 진료의뢰 없이 상급종합병원 초진 시 본인부담 부과, 경증질환 약제비 차등제 확대. 실손보험 보장범위 조정 그리고 병상수급 대책 수립과 시도 병상수급관리제 시행, 특수의료장비 품질관리 강화 등을 추진한다.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 관건인 재정 투입은 원칙적 중립 입장을 고수했다.

대신, 중장기 재정중립으로 용어를 변경해 공급자의 과감한 재정 투입과 이용자의 재정 중립이라는 상반된 주장을 반영한 절묘한 카드를 제시했다는 평가이다.

복지부는 지난 2월 논의한 의원과 중소병원, 상급종합병원 기능 재정립 큰 틀을 유지하기로 했다.
의료계는 여전히 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의사협회 임원은 "의료기관 종별 역할을 재정립하자는 취지에 공감하나. 의료현장에서 작동할 구체적 개선방안이 미흡하다. 특히 의원급과 중소병원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면서 "국민들과 의료계 모두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병원협회 측은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겠다는 복지부 의지는 충만하나 큰 방향성만 제시할 뿐 디테일이 약하다"고 전하고 "지원과 규제가 의원과 상급종합병원에만 치중됐다. 지역 중소병원은 알아서 생존하라는 뜻이냐"라고 반문했다.

복지부는 이미 청와대 보고를 마친 상태로 여당과 의견조율만 남은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전달체계는 국민과 의료계, 정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현안으로 개선방안에 세부 내용을 담기에 한계가 있다"면서 "과제별 시행 시기를 마련해 담당부서와 의료계, 이용자 등 추후 협의를 거쳐 제도와 수가 기전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부 논의와 절차를 마치는 대로 6월 중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환자 중심의 대책이 부족하다는 시각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을 규제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과욕이다. 지방 환자를 지역 병의원으로 가게 하는 제도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면서 "정권 말기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 골격만 제시하고, 다음 정부에서 세부 논의를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꼬집었다.